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금감원의 ‘금융감독혁신과제’에 따라 4분기부터 지배구조에 관련해 지금보다 더욱 강화된 경영실태 평가를 받게 된다.
금감원은 금융지주사 경영진의 선임과 경영승계 계획 등과 관련해 지배구조법 준수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금융지주사가 경영실태 평가 결과에 따라 종합검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종합검사는 금감원에서 일정 기간을 잡아 금융회사의 업무와 인사, 예산 등 모든 영역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제도다.
윤 원장은 9일 금융감독 혁신 과제를 내놓으면서 “지배구조와 소비자보호 등 감독 목적에 맞지 않는 방식으로 경영되는 회사를 선별해 종합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지주사가 종합검사를 받으면 경영에 상당한 부담을 짊어지게 되고 한동안 가라앉아 있던 지배구조 개편 문제가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금융지주사들은 2017년 말부터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전 금감원장 등으로부터 CEO의 ‘셀프 연임’과 미흡한 경영승계 과정 등을 연이어 지적받았다.
국내 금융지주사 7곳은 이런 권고를 받아들여 2018년 안에 현직 회장을 회장후보추천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빼는 쪽으로 명문화했다. 금감원으로부터 지적받았던 후계자 양성프로그램의 내실화 등도 내부적으로 계속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윤 원장이 2019년부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평가를 더욱 강화할 계획을 내놓으면서 금융지주사들이 관련 제도와 규정을 추가로 손봐야 하는 부담을 안을 수 있다.
금감원은 2019년 상반기 안에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와 내부 통제를 전담하는 전문검사역을 신설하기로 했다. 사외이사의 임기 보장과 인력 지원 등을 통해 내부 견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담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윤 원장이 근로자 추천 이사제의 도입을 검토할 뜻을 보이면서 관련된 논의도 다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자 추천 이사제는 노동자 측에서 추천한 인사를 이사회 구성원에 반드시 넣어야 하는 제도를 말한다.
근로자 추천 이사제는 KB금융그룹 노조협의회에서 2017년 11월과 2018년 3월에 열린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 사외이사를 연이어 추천하면서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두 차례 모두 부결되면서 관련 논의도 가라앉았다.
그러나 금감원은 4분기에 근로자 추천 이사제에 관련된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근로자 추천 이사제의 도입 여부 등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명시하고 지배구조 관련 경영실태 평가를 통해 사외이사 후보군의 다양성을 점검할 계획도 내놓았다.
전국사무금융노조가 10일 성명을 통해 “근로자 추천 이사제의 도입도 필요하지면 (노조가) 내부를 직접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도록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노조 측 대표를 이사회에 넣는 노동이사제 도입까지 논의가 확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사 주식의 대다수를 보유한 외국인주주가 근로자 추천 이사제에 부정적이라 도입 여부도 불확실했지만 금감원의 향후 움직임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근로자 추천 이사제와 관련된 노사 대립 등 사회적 갈등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윤 원장이 근로자 추천 이사제를 놓고 “소통의 장을 많이 열어 이런 문제를 논의하고 추이를 살펴보는 정도로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한 만큼 관련된 갈등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윤 원장이 근로자 추천 이사제를 주제로 공청회를 열겠다고 한 것은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겠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관련 제도의 도입도 결국 투자자의 결정에 달린 만큼 논의가 진행되는 것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