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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정부가 현대자동차그룹의 한전부지 개발사업에 가속페달을 달아줬다. 정부는 현대차그룹이 매입한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최대한 빨리 개발하도록 지원해주기로 했다.
최장 3년이 걸리는 착공시기를 최대한 단축해 내년에 착공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물론이고 용적률도 800%까지 높여 초고층 빌딩을 지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규모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이런 방침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특정 재벌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반발도 예상된다.
정부의 힘을 받아 현대차그룹이 한전부지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실질적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와 협의 등 넘어야 할 방지턱이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제7차 투자활성화 대책에서 현대차그룹이 2016년 한전부지 개발에 착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18일 밝혔다. 정부는 서울시와 협의해 통상 2~3년 걸리는 용도지역 변경 및 건축 인허가를 최대한 단축해주기로 했다.
통상 개발사업은 사전협상과 지구단위계획 변경, 건축 인허가에 3년, 착공 및 준공까지 5년이 소요돼 약 8년이 걸린다. 제2롯데월드의 경우 부지 매입 시점부터 인허가를 받기까지 20년이 걸렸다.
그러나 정부는 한전부지에 대해 패스트트랙을 적용해 절차를 단축해주기로 했다.
한전부지는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적률이 250%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 용적률도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해 800%까지 고밀도개발을 할 수 있게 해주기로 했다. 이는 타워팰리스와 같은 수준이다. 제2롯데월드 용적률은 600%가 채 되지 않는다.
정부는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 개발에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한 이유로 투자가 늦어지면 그만큼 인근 지역 공동화로 주변상권이 침체될 수 있어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한전부지 개발이 장기간 소요될 경우 지역침체와 공동화 현상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며 “특혜를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전부지는 공공기관의 본사가 위치한 곳이었을 뿐이며 부지 자체도 워낙 넓어 애초 주변상권이 발달할 수 없는 곳이다.
삼성동 일대의 상권은 한전부지 쪽이 아닌 맞은편 코엑스 일대 위주로 형성돼 있다. 빈터로 상당기간 남아도 상권이 공동화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지역침체 우려라는 설명 역시 대형 빌딩이 밀집한 강남구 삼성동 한복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터무니없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정부가 현대차그룹이라는 특정 재벌의 개발사업에 특혜를 주기 위한 명분없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야당도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에 부정적 의견을 보이고 있다.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투자활성화대책이 아랫목이 아니라 윗목에 도움이 되는지를 중점적으로 따져볼 것”이라며 “여당과 같이 협의하거나 약속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에서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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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 |
기재획정위원회 윤호중 새정치연합 간사도 “정부는 재벌기업을 끌어들여 (경제회복문제를) 풀려는 쪽으로 치닫고 있는데 방향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도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 개발을 높고 정부가 앞지르기에 나서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부지개발과 관련한 인허가권을 쥐고 있다. 정부가 사전상의도 없이 용도지역 변경은 물론 인허가 절차 시기까지 앞당길 뜻을 내비치자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서울시 관계자는 19일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공감한다”면서도 “인허가권은 서울시에 있는 만큼 먼저 상의를 하는 것이 합당한 순서”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현대차그룹과 올해 협의를 통해 내 년초 건축심의, 하반기 착공 등 인허가 절차를 밟을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아직까지 서울시에 한전부지 개발과 관련한 제안서조차 제출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계동 현대건설 본사에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한전부지 개발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16일 이곳을 찾아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등으로부터 경영현황과 한전부지 개발사업 진행사항 등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이 양재동 사옥이 아닌 현대건설 본사를 방문한 것은 1년에 한두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한전부지 개발에 그만큼 관심이 높다는 의미다.
정 회장은 지난 2일 현대차 시무식에서도 한전부지에 105층 초고층 빌딩을 짓는 청사진을 내놓으며 숙원사업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한전부지를 10조5500억 원에 낙찰받았으며 11조 원을 들여 2020년까지 105층 신사옥과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건설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곳에 박물관, 브랜드 전시관 등 엔터테인먼트 시설 등을 유치해 지역의 랜드마크로 육성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다음달 현대위아 서울사무소 등 일부 계열사의 사무실을 현재 비어 있는 한전사옥에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