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경쟁사인 대만 TSMC를 제치고 애플 아이폰에 탑재되는 AP(모바일프로세서) 위탁생산을 수주하기 위해 가격 인하, 차세대 공정 도입 등 전방위 공세를 펴고 있다.
26일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애플 아이폰용 AP 위탁생산업체로 다시 진입하는 것을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로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EUV(극자외선)공정을 도입한 7나노 미세공정을 활용해 애플 AP 위탁생산 수주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디지타임스는 "반도체 설계기업들이 삼성전자의 EUV공정을 놓고 품질과 수율 등을 의심하고 있다"며 "TSMC가 EUV공정 도입을 늦춘 점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TSMC는 올해 EUV를 활용하지 않은 7나노 미세공정으로 애플 새 아이폰에 탑재되는 AP를 독점적으로 양산한다.
EUV공정은 반도체 성능과 전력효율을 높일 수 있는 미세공정 기술 발전에 유리한 신기술이지만 장비 가격이 비싸고 기존의 반도체 생산 방식과 달라 수율 안정화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TSMC는 EUV공정을 5나노 미세공정부터 도입해 애플 차기 AP 양산도 수주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 최근 이를 위해 5나노 공정을 위해서만 27조 원의 투자를 벌이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삼성전자가 애플 AP 양산 수주를 목표로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에 투자를 늘리며 사업을 확대하자 적극적으로 견제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와 TSMC는 2015년까지 애플 아이폰용 AP를 절반 정도씩 나누어 양산해 왔는데 애플은 2016년부터 모든 물량을 TSMC에 모두 맡기기 시작했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삼성전자가 양산한 AP에서 성능 저하 논란이 불거진 점과 TSMC의 반도체 위탁생산 단가가 대체로 낮다는 점이 배경으로 분석된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위탁생산 가격도 기존보다 20% 가까이 낮추며 퀄컴과 애플, 엔비디아 등 고객사들에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애플 아이폰에 탑재되는 AP(모바일프로세서). |
퀄컴도 내년부터 애플을 뒤따라 고성능 AP 양산을 모두 TSMC의 7나노 공정에 맡기려 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삼성전자는 위탁생산 고객사 확보에 갈수록 다급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위탁생산업계 최대 고객사인 애플과 퀄컴의 물량 수주에 모두 실패한다면 시스템반도체사업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올해 초 삼성전자가 착공한 7나노 위탁생산 전용 공장에는 6조 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시설 투자가 예정돼 있다. 공장 가동이 시작된 뒤 가동률을 높이지 못하면 수익성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디지타임스는 "TSMC는 7나노 신공정으로 위탁생산시장을 사실상 휩쓸고 있다"며 "차기 공정인 5나노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면 삼성전자와 같은 경쟁사와 격차를 더 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분석지 모틀리풀은 "TSMC가 이미 7나노 미세공정의 대량 양산을 시작한 지 수개월이 지난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 구체적 양산 시기도 불투명하다"며 "눈에 띄게 뒤처지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