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사실상 퇴진했다.
이재현 회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미경 부회장도 사실상 퇴진해 CJ그룹은 앞으로 이채욱 CJ 부회장을 중심으로 전문경영인 체제가 더욱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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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
8일 CJ그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미경 부회장은 지난해 11월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구나비치에 머물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재현 회장이 구속된 이후 실질적 최고경영자로서 그룹을 이끌어 왔으나 이번에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3일 홍콩에서 열린 엠넷아시안뮤직어워드(MAMA) 행사에 참석한 뒤 잠시 한국에 머물다 미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 부회장의 경영일선 퇴진을 예정된 수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부회장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20대 때부터 '샤르코-마리-투스'라는 유전성 신경질환을 앓아 왔다.
일각에서 이 부회장이 영입한 노희영 전 CJ그룹 브랜드 전략 고문이 소득세 포탈 혐의로 불구속기소되면서 CJ그룹을 떠난 것도 이 부회장의 퇴진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본다.
CJ그룹은 이재현 부회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경영위원회를 발족하고 비상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경영위원회에 손경식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 이채욱 CJ주식회사 대표이사,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이사 등 4인이 참여하고 있다.
CJ그룹은 “이 부회장이 그룹 부회장과 비상경영위원 직위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이 부회장의 미국체류는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CJ그룹이 앞으로 이채욱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 체제로 당분간 운영될 것으로 재계에서 전망한다.
이재현 회장의 경영복귀는 현재 예측하기 어렵다. 건강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 재벌총수의 석방논의가 가석방에 초점이 맞춰져 대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회장은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없다.
이재현 회장은 신년에 병문안 온 손경식 회장을 통해 임직원에게 “여러분이 너무 보고 싶다”며 “내가 반드시 건강을 회복할 테니 여러분은 내 걱정 말고 우리의 공동목표인 그레이트 CJ(Great CJ), 2020년 매출 100조 원 영업이익 10조 원을 위해 중단없이 정진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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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채욱 CJ 부회장 |
CJ그룹은 아직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도 이미경 부회장이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은 2월 중에 임원인사를 실시해 대대적인 인적 쇄신 작업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손경식 회장은 5일 열린 '2015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CJ그룹의 인사와 관련해 "2월쯤 능력위주로 필요한 사람을 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 인사를 통해 이채욱 부회장 체제가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은 지난해 12월 신현재 CJ대한통운 대표이사를 지주사 CJ의 경영총괄에 임명해 이채욱 부회장 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인사를 했다.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씨의 행보도 주목된다.
이씨는 지난해 이재현 회장으로부터 280억 원어치의 주식을 증여받아 CJ올리브영과 CJ시스템즈를 합병한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 11.3%를 확보하며 CJ와 이재현 회장에 이어 3대 주주로 올랐다.
이씨는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이씨는 24살로 아직 어리지만 이재현 회장의 건강 등을 고려해 경영승계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