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부회장은 지난주 서울 서초구 현대 오픈이노베이션센터 ‘제로원’에서 진행된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현대차의 새로운 연구대상으로 곤충을 꼽았다.
그는 “현대차는 미국 미술대학인 로드 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RISD)에서 곤충을 연구하는 한 디자인센터와 협력하고 있다”며 “곤충의 피부, 더듬이, 관절은 모빌리티 기술의 연구대상이 되는데 예를 들어 거미는 8개의 눈을 가지고 있고 자율주행차는 레이더(Rader)와 라이다(LiDAR) 등 10개 이상의 카메라 센서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인터뷰 직전에 RISD 디자인센터에서 곤충을 대상으로 공기역학 등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만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글로벌 완성차회사들이 동물이나 곤충에서 착안한 디자인을 차량에 적용하는 경우는 많았다.
폭스바겐은 딱정벌레를 닮은 ‘비틀’ 시리즈를 선보였고 기아차는 호랑이 코 모양의 ‘타이거 노즈’ 그릴을 브랜드의 상징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정 부회장이 곤충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디자인을 넘어 미래차시장에 필요한 기능적 측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세계 자동차회사들은 미래차시장을 놓고 기술 경쟁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자율주행, 통신과의 연결성(Connectivity) 등이 미래 자동차산업의 화두다.
업계 전문가들은 자동차산업이 힘과 속도 등 동물적 상상력이 필요하던 시대를 넘어 곤충이 지닌 정밀하고 섬세하며 정확한 기능들을 접목해야 하는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완성차업계에서 곤충에 관심을 보인 사람은 정 부회장뿐만이 아니다.
토요타는 앞서 2012년 초소형 1인승 전기차 ‘콤스’에 차세대 통신 연결 서비스 기능을 추가한 콘셉트 차량 ‘인섹트(insect) 카’를 선보이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현대차의 곤충 연구뿐만 아니라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여러 가지 대응 전략도 소개했다.
차량공유, 차량호출 등 모빌리티 서비스회사들이 영향력을 확대하는데 대응하기 위해 현대차가 기술회사뿐만 아니라 완성차회사를 인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정 부회장은 “우버나 구글이 자동차회사를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이에 발맞추기 위해 현대차는 기술회사나 완성차 회사 인수를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세계 최대 전기차시장으로 성장한 중국에서 수소전기차를 앞세우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중국 소비자들은 순수 전기차보다 수소전기차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이 (정책적으로) 전기차뿐만 아니라 수소전기차를 병행할 것으로 예상돼 현대차는 중국에서 수소전기차를 선보이는 최적의 방식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미래차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조회사에서 기술회사로 변신이 관건이라고 정 부회장은 봤다.
정 부회장은 “제조회사의 문화와 기술회사의 문화는 많이 다르다”며 “기술 발전을 이끌 수 있는 회사(현대모비스)를 키우는 일이 매우 중요하며 이런 생각에서 IT사업을 키우고 있는 토요타, 메르세데스-벤츠의 사례를 참고해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