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이 내놓을 한화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무엇일까?
김 회장은 한화그룹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일감몰아주기 논란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경영권 승계와 지주회사 전환, 금융계열사 보유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 짓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한화그룹, 김상조 위원장과의 간담회 앞두고 고심 중
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10대 대기업의 전문경영인들을 만나기로 한 날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한화그룹이 이번 간담회를 앞두고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한화그룹은 이번에 초청받은 대기업 가운데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압박을 유독 많이 받았다.
다른 대기업들이 이미 지주회사 체제를 구성했거나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한화그룹만 유일하게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방안을 발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있는 한화S&C를 존속법인 에이치솔루션과 신설법인 한화S&C로 물적분할한 뒤 한화S&C의 지분 45%가량을 재무적투자자에 매각해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한화S&C의 물적분할과 지분구조 변화가 사익 편취규제에서 비켜가려는 것인지 혹은 구조 개선인지 논란이 있어 (지배구조 개선) 모범사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받으면서 물거품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오히려 3월에 기업집단국을 동원해 한화S&C와 에이치솔루션, 한화 등을 현장조사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한화그룹이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앞두고 어떤 형태로든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간담회에 빈손으로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편 김 위원장은 과거 두 차례 삼성, LG, 현대, SK, 롯데 등 5대 그룹과의 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방향을 설명하고 각 대기업의 자발적 변화를 유도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이번에는 각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 현황과 그에 따르는 애로사항 등을 듣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예상된다.
◆ 김승연 회장이 그리는 한화그룹 지배구조 개편 내용은
한화그룹은 5월 안에 총수 일가의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춘 자발적 개혁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에이치솔루션이 보유한 한화S&C의 지분을 추가로 매각하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주위의 분석이다.
에이치솔루션은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차장 등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S&C의 지분을 55.4% 보유하고 있다. 한화S&C는 한화그룹의 시스템관리 등을 맡아 내부거래 비중이 매우 높은 회사다.
한화그룹이 ‘
김동관 김동원 김동선→에이치솔루션→한화S&C’의 구조를 갖춰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는 체제를 구축해 놓았으나 이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만큼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에이치솔루션이 보유한 한화S&C 지분을 20%대로 내리면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는 만큼 관련 방안이 개선안에 담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재계는 바라본다.
하지만 일감몰아주기 관련 개선안만으로 한화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일단락되는 것은 아니다.
한화그룹은 형식상 지주회사 2곳을 갖춰놓고 있다.
김 회장이 최대주주인 한화는 한화케미칼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건설 등을 지배하고 있고 세 아들이 최대주주인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에너지를 통해 화학계열사 등을 지배하고 있다.
아직 한화의 지분을 아들들에게 승계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화와 에이치솔루션의 합병을 결정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이는 지주회사 전환 문제와 결부될 가능성이 크다. 또 지주회사 전환을 결정하면 한화생명 등 금융계열사 보유 문제도 해소해야 하는 만큼 한화그룹은 관련 내용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김 위원장과 간담회에는
금춘수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장 부회장이 참석한다. 금 부회장은 2014년부터 그룹 경영기획실장을 맡고 있으며 김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