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롯데면세점이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철수를 결정했던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에 입점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기존보다 임대료가 큰 폭으로 낮아진 만큼 롯데면세점에게 놓치기 아까운 기회지만 패널티를 받는 데다 지난해부터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갈등을 겪었던 만큼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이사.
30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이 자진해서 2월 반납을 결정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재입찰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이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천공항면세점은 포기할 수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부터 다섯 달 넘게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임대료를 놓고 갈등을 벌였다. 지난해 9월 최소보장액이 아닌 품목별 영업료율에 따라 금액을 책정하는 임대료 책정방안을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처음 제시했다.
그 뒤 롯데면세점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여러 차례 만나 논의를 이어갔지만 내내 평행선을 걷다 결국 2월 기존 4개 사업권 가운데 3개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위약금 1870억 원도 이미 납부했다.
롯데면세점이 이 과정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감정의 골도 깊어졌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임대료를 많이 낮추면서 롯데면세점 처지에서 인천공항면세점을 포기하기 아까웠을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롯데면세점이 영업료율에 따라 임대료를 책정하자며 계속 요구했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롯데면세점이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기도 전에 불가하다는 뜻을 계속 보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와 지금의 조건이 매우 크게 달라진 만큼 롯데면세점 처지에서 입찰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이 반납한 면세점의 재입찰 최저입찰금액은 DF5구역이 406억 원가량으로 2015년 3기 사업자 입찰 때보다 48%나 낮다. 화장품과 전 품목을 판매할 수 있는 DF1구역의 최저입찰가격도 1601억 원으로 이전보다 30%가량 적다.
롯데면세점이 받을 패널티가 예상보다 낮은 점도 롯데면세점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입찰을 진행하면서 기존 사업권을 반납한 전력이 있는 면세점사업자의 신뢰성 평가항목을 1점 정도 감점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항목을 모두 더하면 100점 만점이고 신뢰성 평가항목은 3점 만점이다.
롯데면세점이 국내에서 점유율 1위를 오랜 시간 지키고 있는 데다 자금력도 갖추고 있는 만큼 다른 평가항목에서 충분히 감점을 만회할 수 있다.
이번 입찰 대상인 면세점구역에서 나오는 매출은 1조 원에 이르러 국내 면세업계 판도가 바뀔 수 있다
지난해 롯데면세점이 시내면세점과 공항면세점을 합쳐 매출 6조 원가량을 거뒀는데 이 가운데 1억 원이 신라면세점으로 가면 업계 1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국내에서 3조4490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면세점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호텔신라의 신라면세점과 신세계DF의 신세계면세점이 롯데면세점이 주춤한 사이를 노려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움직임”이라며 “롯데면세점으로선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외형 역시 포기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 입찰을 놓고 검토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확정된 건 없다”며 “패널티가 얼마인지에 대해서도 신뢰성 평가항목 점수가 최대 3점, 최저 0점이라는 점 외에 아직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