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진에어 등 한진그룹 항공계열사들이 국토교통부와 유착 의혹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
항공사가 늘어나 노선배분 등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이 높아졌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갑횡포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국토부도 ‘칼피아’ 논란이 지속적으로 불거진 데 따른 부담을 안게 됐다.
국토부는 2014년 말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이 항공기 회항사건을 일으켰을 때도 대한항공과 유착관계로 눈총을 받았다.
국토부는 당시 항공안전특별위원회로부터 항공안전감독관 가운데 대한항공 출신의 비중을 애초 88%에서 해마다 10%씩 줄여 2019년까지 50% 밑으로 낮추라고 권고받았다.
하지만 국토부는 오히려 대한항공 출신인 항공안전감독관 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 가운데 대한항공 출신 인력 수는 2014년 16명에서 2018년 현재 19명으로 늘어났다.
국토부 관계자에 따르면 항공안전감독관 가운데 대한항공 출신의 비중은 2014년 90% 수준에서 현재 70.1%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애초 권고받은 수준까지 낮추지 못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안전감독관 채용 과정에서 이 점을 감안하고 있으며 앞으로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갈 것”이라며 “항공안전감독관 채용기간이 5년 단위인 만큼 단기간에 비중을 줄이긴 힘들고 2019년까지 50%에 맞출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안전감독관은 항공 사고를 조사하고 항공사가 안전 관련 규정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관리·감독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항공사 감독업무의 일선에 있는 만큼 대한항공 출신이 많으면 대한항공에 편의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국토부는 그동안 대한항공과 유착관계를 빗대 이른바 '칼피아'가 내부에 있다는 의혹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하지만 이번 한진그룹 오너일가 갑횡포 논란을 계기로 국토부 안팎에서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비감독과 운수권 배분 등에서 대한항공과 진에어를 놓고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항공사고 예방정책을 수립하거나 항공사에 안전지도 내리는 등 항공사 안전관리를 감독하는 주무부처다.
진에어는 올해 3월 운항 규모가 커진 만큼 안전운항체계를 갖추고 있는지를 놓고 종합점검을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았다.
대한항공과 진에어가 앞으로 국제항공 운수권을 배분받는 과정에서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받을 수도 있다.
법적 기준에 따라 운수권을 배분받지만 채점 기준에 정성평가 항목도 있는 만큼 운수권을 배분받는 데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해마다 2~3월경 국제항공 운수권을 항공사들에게 배분한다.
안정성과 보안성, 이용자 편의성, 시장개척 노력과 운항 적정성, 지방공항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 정도, 연료효율 개선, 경영 안정성, 인천공항의 환승 기여도 등을 평가해 항공사 점수를 매겨 운수권을 배분한다.
평가항목들을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를 통해 채점하는데 110점 만점에 정성평가 점수가 34.5점에 이른다.
국토부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외국국적 소지자로서 진에어 이사로 6년 동안 불법으로 재직했다는 논란이 불거져 감독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조 전 전무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진에어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렸는데 국토부는 이를 파악하지 못했으며 세 차례나 기회가 있었음에도 바로잡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진에어를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커졌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그동안 변경심사 과정에서 법인등기사항증명서를 왜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는지 등을 놓고 철저히 감사할 것”이라며 “감사 결과에 따라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