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회장은 5월 초에 나오는 경영실사 결과를 토대로 한국GM의 자금 지원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데 현재 행보를 살펴보면 지원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 회장은 한국GM의 노사협상에 손대지 않겠다는 태도를 지켜왔지만 21일에는 부평 공장을 찾아 베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을 비롯한 GM 관계자들을 면담했고 노조 관계자들과도 만남을 시도했다.
당시 이 회장은 “한국GM이 법정관리에 들어가 그동안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했던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지 않길 바란다”며 “산업은행은 한국GM의 정상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기자들로부터 산업은행 측과 메리 바라 GM 회장의 면담 가능성을 질문받자 “필요하면 본사와 직접 만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한국GM의 법정관리를 막고 회생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자금 지원 검토에 힘을 싣는 모습을 한국GM 노사에게 보여주면서 합의를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한국GM 지분 17.02%를 보유한 2대주주로 최대주주인 GM 본사보다 움직임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한국GM에 빌려준 돈도 없어 채권기관의 권한을 내세우기도 어렵다.
한국GM이 법정관리를 받으면 청산되거나 회생절차 과정에서 협력회사 임직원과 지역상인 등 최대 30만 명의 고용이 불안정해진다. 이렇게 되면 산업은행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한국GM을 무조건 지원하면 금호타이어와 STX조선해양 때와 달리 ‘독자생존’ 원칙을 어겼다는 비판을 받게 되는 만큼 노사합의를 반드시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관건은 한국GM 노사의 자구안 합의 여부다. 한국GM 노사는 23일 새벽 5시부터 사실상 자구안 격인 임금단체협약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협상시한은 23일 오후 5시다.
한국GM 노사는 큰 틀에서 합의하고 복리후생비 등의 세부사항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합의가 이뤄진다면 산업은행에서 신규 자금을 지원할 일차적 기반은 마련된다.
산업은행이 받은 경영실사 중간보고서에도 비용을 줄이는 노사 자구안이 확정되고 GM 본사의 지원까지 받는다면 한국GM이 2020년에 흑자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국GM 노사가 자구안에 합의하더라도 이 회장이 한국GM에 자금을 지원하는 조건을 놓고 GM 본사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의견이 엇갈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산업은행은 GM 본사에서 한국GM에 빌려준 3조 원을 출자전환할 때 대주주의 경영책임을 근거로 20대 1 이상의 차등감자를 할 것을 바라고 있다.
GM이 출자전환만 진행하면 산업은행의 지분율이 1%대로 떨어져 GM의 한국사업 철수 가능성에 제대로 대비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GM 본사는 차등감자 실시에 난색을 나타내 관련 협상이 길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GM이 한국GM을 살리려는 이 회장의 태도를 이용해 우위에 서려고 시도할 가능성도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한국GM을 둘러싼 협상에서 GM 본사와 비교해 우위에 설 수 있는 조건들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신차 배정이나 이전가격 문제 등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협상이 예상보다 더욱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