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기자 hyunjung@businesspost.co.kr2018-04-03 16: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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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접 지시했다.”
2017년 10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글로벌영업2본부장의 특혜승진 과정에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지시가 있었는지를 묻는 의원의 질문에 단호하게 대답했다.
▲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왼쪽)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오른쪽)이 2015년 9월1일 KEB하나은행 출범기념 및 은행장 취임식에서 행기를 들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
최순실씨 재판에서 김 회장은 이 전 본부장을 승진시키라는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지시도 있었고 조직개편도 원래 검토하고 있었던 만큼 “여건을 만들어봐야 했다”고 애매하게 증언했다.
그러자 함 행장은 그의 결정이었다고 모든 짐을 홀로 졌다.
함 행장은 '인간관계'의 리더십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페르시아 대제국을 건설한 키루스 대왕의 리더십도 그 핵심은 사람이었다"는 구절을 가슴에 새기고 산다.
함 행장이 영업통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대표를 맡았던 시절 1천여 명 직원들 모두의 이름과 생일을 꿰찰 정도로 사람을 귀하게 여겼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김 회장은 그런 함 행장을 높이 평가했다.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경영전문대학원(MBA)를 나온 엘리트 김병호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대신 상업고등학교를 나온 일반행원 출신인 함 행장을 KEB하나은행의 초대 은행장으로 선택했다.
지금 하나금융지주는 KEB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으로 시끄럽다.
2013년 신입행원 가운데 14%가량이 어둠의 경로로 입사했고 이 과정에서 하나금융지주 경영진들이 역할을 했다고 금융감독원은 결론을 내렸다.
김 회장을 비롯해 최흥식 전 하나금융지주 사장,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 함 행장 등이 ‘(회)’, ‘짱’, ‘함대표님’ 등으로 둔갑해 지인 자녀의 입행을 도운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김 회장은 회장 연임에 성공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거센 파고를 넘겨왔으나 이번 ‘채용비리’ 의혹은 만만찮아 보인다.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도 은행에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지자 사임을 결정했고 최흥식 전 금감원장도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지 사흘 만에 옷을 벗었다.
물론 김 회장이나 함 행장은 이번 채용비리와 무관하다고 펄쩍 뛰고 있다.
KEB하나은행의 채용비리에 누군가 책임을 져야한다면 누가 될 것인가? 은행권에서 함 행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늘고 있다.
함 행장은 한 지방자치단체장의 비서실장 자녀의 입사를 도와 채용청탁의 직접적 당사자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데다 다른 비리가 벌어진 곳도 KEB하나은행에 집중돼 있어 그를 괴롭힐 수밖에 없다.
함 행장이 KEB하나은행의 혼란을 잠재울 수 있다면 한 몸 거꺼이 희생한다는 특유의 정신을 발휘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검찰은 이미 두 차례 함 행장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금융감독원이 KEB하나은행의 검사 결과를 강하게 신뢰하는 모습을 두고 검찰이 다음 단계에서 추가적 정황을 더 확보할 수 있다는 말도 나돈다.
김기식 금감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회장과 함 행장이 금감원 특별검사단의 검사결과를 부인한 것을 놓고 “우리는 우리대로 한다”며 흔들림 없는 태도를 보였다.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도 “검찰에 넘긴 사항이고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