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대표이사 회장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사실상 마무리하면서 한국GM과 STX조선해양을 놓고도 ‘독자생존’ 원칙을 굽히지 않고 밀고 갈 가능성이 높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일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GM의 경영실사 중간보고서와 한국GM의 실효성있는 자구계획안을 토대로 한국GM 대상의 자금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3월 말 기자들에게 GM 본사로부터 실사에 필요한 자료의 85%를 받았다고 밝혔지만 원가에 관련된 이전가격과 금융비용 등의 핵심 자료도 제대로 받았는지는 불확실하다.
이를 놓고 산업은행 관계자는 “핵심 자료의 제출 여부 등을 GM 본사와 계속 논의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실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산업은행이 20일에 경영실사 중간보고서를 무사히 받더라도 이 시기에 맞춰 한국GM의 자구계획안까지 제출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 회장은 3월15일 기자들과 만나 “뉴머니(신규자금)에 한해 GM에서 현실성 있는 자구안을 낸다면 (신규자금 지원에) 협조할 방침을 세웠다”고 말했다.
그 뒤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한국GM 노사의 임금단체협약 마감시한으로 3월30일을 제시했지만 한국GM 노사는 시한을 넘긴 4월3일까지도 합의를 이끌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한국GM 노조가 산업은행의 단체교섭 개입설을 주장하면서 이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산업은행에도 노사갈등의 불똥이 튀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한국GM의 노사갈등은 원칙적으로 그 회사의 문제이기는 하다”라면서도 “노사갈등이 이어져 GM에서 한국GM에 신차를 배정하지 않으면 산업은행도 자금 지원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STX조선해양 문제도 시급하게 대처해야 한다.
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 노사에게 생산직 노동자 수를 75% 줄이는 내용의 자구계획안을 9일까지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회장도 3월 초 기자간담회에서 “(STX조선해양의 자구계획과 관련해) 노사 확약이 되지 않으면 이 회사를 중장기적으로 끌고 갈 능력이 안 된다”고 바라봤다.
그러나 STX조선해양 노조는 자구계획 제출시한인 9일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도 산업은행의 요구에 반발하면서 인력 구조조정없는 노사 자율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이 회장이 한국GM과 STX조선해양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상당한 후폭풍을 감당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GM은 정부 발표 기준으로 직원 수만 1만6천 명에 이르러 금호타이어의 5천 명과 비교가 안된다. 협력회사 직원까지 합치면 관련된 노동자 수만 15만6천 명에 이른다.
한국GM 부품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회가 3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어 협력회사 직원과 가족들을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STX조선해양 직원 수는 1417명으로 비교적 적지만 비슷한 체급의 성동조선해양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황에서 STX조선해양까지 같은 길을 간다면 조선업계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이 회장은 한국GM과 STX조선해양에도 금호타이어와 같은 ‘독자생존’ 잣대를 적용해 노조의 반발에도 강경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GM은 6일 2017년도 성과급 지급에 필요한 유동성이 부족하고 8일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본사 차입금도 9880억 원에 이르러 자금 지원없이는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STX조선해양은 유동성을 어느 정도 보유했지만 장기적으로 생존할 여력은 부족해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 법정관리를 피하기 힘들다.
정부가 금호타이어 문제를 해결하는 막바지에 ‘정치논리’ 대신 ‘경제논리’로 대처해야 한다는 뜻을 보이면서 이 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는데 이 효과가 한국GM과 STX조선해양에도 이어질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회장이 한국GM과 STX조선해양에 금호타이어와 다른 잣대를 들이대면 공평성 시비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