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재 우리카드 대표이사 사장만큼 ‘학력보다 실력’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이도 드물다.
정 사장은 올해 초 취임해 우리카드 최초의 ‘고졸 대표이사’가 됐다. 명문대 출신 임원들이 즐비한 금융권에서 우리은행 수석부행장급인 영업지원부문장까지 올라간 것으로도 유명하다.
카드업계에 악재가 겹치며 우리카드도 위기를 맞았는데 정 사장은 수익성과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돌파구를 찾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카드는 최근 법인고객의 국세 납부시장이 축소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기존에는 카드사들이 국세나 지방세를 카드로 납부하는 법인고객들을 상대로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별도 이익을 제공하는 등 혜택을 주고 있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2분기부터 행정지도 조치를 통해 이런 프로모션에 제동을 걸면서 기업들의 법인카드 이용은 대폭 줄어들었다.
특히 우리카드는 국내 카드사 가운데 법인고객 비중이 가장 높은 만큼 타격이 컸다. 이 때문에 우리카드의 시장 점유율은 2016년 4분기에 9.27%까지 올랐으나 지난해 3분기에는 다시 8.85%로 떨어졌다.
더욱이 정부가 지난해 8월부터 카드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는 영세 및 중소가맹점 범위를 늘리면서 카드업계는 ‘빙하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신용카드사들의 순이익은 이른바 '카드대란'의 충격에 부딪혔던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우리카드 역시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8.2%, 순이익은 12.01%가 줄었다.
시기가 어려운 만큼 정원재 사장의 역할도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이 지주사체제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요 자회사인 우리카드를 책임지는 정 사장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정 사장은 취임사에서 '극세척도(克世拓道)'를 강조했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 길을 개척한다는 뜻이다.
그는 취임 직후인 3월 중소 법인사업자의 혜택을 강화한 ‘바른기업 포인트(POINT)’을 내놓는 등 법인고객들의 카드이용을 늘리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평창 겨울올림픽때 내놓았던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공식 기념카드’ 4종이 인기를 끌면서 이와 비슷한 혜택을 적용한 카드 출시도 계획해 뒀다.
앞으로 자동차 할부금융과 리스부문 취급액 확대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카드업계에서는 주요 수입원인 가맹 수수료가 계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익 다각화를 해야한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 사장은 천안상고 출신이다. 우리카드 최초의 ‘고졸’ 대표이사일뿐 아니라 2금융권에서 부행장 이상 임원으로는 유일하게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
1977년 한일은행에 입행한 뒤 우리은행에서 서천안지점장, 삼성동지점장, 충청영업본부장 등을 거치며 30년 동안 영업 최전선에서 활약한 ‘영업맨’이다.
지난해 말에는 손태승 우리은행장과 최병길 삼표시멘트 대표이사 등과 함께 유력한 우리은행장 후보로 거명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원재 사장은 누구보다 실력으로 지금 자리에 오른 것으로 잘 알려진 만큼 구원투수로 적합한 인물”이라며 “기존에는 우리카드 사장에 부행장급이 선임됐지만 이번에는 정 사장은 수석부행장급이라는 점에서도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