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도전한다.
박동욱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 경제사절단에 동행하며 현지에서 세일즈 외교에 힘을 보탰는데 이를 바탕으로 1조 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따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 국영석유회사인 애드녹이 지분 70%를 보유한 자회사 애드녹LNG가 가스통합개발(IGD) 2단계 확장 프로젝트의 기술제안서 입찰마감일을 4월8일로 확정했다.
이 프로젝트는 페르시아만에 있는 다스 섬에 가스처리시설과 압축시설을 포함해 매일 2억~4억 입방피트(ft³) 규모의 가스플랜트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규모는 모두 10억 달러 안팎으로 추정된다.
현재 미국 건설기업 플루어, 프랑스 엔지니어링기업 테크닙과 미국 에너지장비기업 FMC가 합병해 설립된 테크닙FMC가 입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에미리트 현지기업 NPCC는 영국 건설기업 페트로팩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으로 파악됐고 미국 에너지분야 전문 건설기업 CB&I는 인도 최대 건설사 L&T와 손을 잡았다.
현대건설도 이 사업을 따내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호주 설계기업 윌리파슨스와 그리스 건설사 아키로돈 등 해외 건설·엔지니어링기업과 컨소시엄을 만들고 기술제안서 작성을 마무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건설과 GS건설, 현대중공업 등 국내기업들은 2009년에 발주된 이 사업의 1단계 프로젝트에서 전체 5개 패키지 가운데 3개 패키지를 수주한 경험이 있다.
현대건설은 당시 동력과 간접시설 건설을 수행하는 17억 달러 규모의 2번 패키지 건설공사를 단독으로 수주했다. GS건설은 22억 달러 규모의 3번 패키지 공사를 해외기업과 함께 따냈고 현대중공업은 5번 패키지 공사를 10억 달러에 수주했다.
국내 기업들이 초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점을 감안할 때 국내 기업의 수주 가능성이 높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전 세계적으로 일감 규모가 줄어든 상황에서 해외 기업의 수주 의지가 강해 수주 여부를 낙관하기 힘들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오른쪽)가 25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공식 오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이런 상황에서
박동욱 사장의 아랍에미리트 방문이 현대건설의 사업 수주에 긍정적 효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이 건설업계에서 나온다.
박 사장은 문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25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함께 오찬을 했다. 아랍에미리트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국내 재계 인사는 모두 14명인데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로서는 박 사장만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오찬을 함께한 국내 기업인들은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금춘수 한화그룹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허용수 GSEPS 대표이사,
류진 풍산 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명노현 LS전선 사장,
박근태 CJ대한통운 사장 등이다.
아랍에미리트는 왕정국가로 왕족을 비롯한 지도층이 중요한 국정운영 방향과 정책을 결정한다. 왕족의 의중은 개별 기업활동에도 깊이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도 이를 고려해 아랍에미리트 왕실과 기업의 네트워크를 마련하려는 목적으로 박 사장을 비롯한 기업인들을 왕실 공식 오찬에 초청하기 위해 애를 쓴 것으로 전해진다.
박 사장이 건설사 대표로 유일하게 오찬에 초청받아 네트워크 구축 기회를 잡은 만큼 아랍에미리트에서 곧 발주될 가스통합개발 2단계 확장 프로젝트에서 가시적 성과를 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문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제와 정상회담에서 “국내 기업들이 아랍에미리트의 에너지와 인프라 건설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심을 두고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