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과 영업시간 제한 등을 규정한 지방자치단체의 개정조례가 위법하다는 판결이 처음 내려졌다.
대형마트 영업제한을 놓고 앞으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판결은 유사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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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이마트 양재점에 휴무를 알리는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뉴시스> |
서울고법 행정8부는 12일 롯데쇼핑,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 6곳이 동대문구와 성동구 등 서울지역 2곳의 지자체를 상대로 한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형마트가 이번 사안으로 지자체 상대 소송에서 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형마트 6곳이 의무휴업일 지정과 영업시간 제한에 대해 집행정지 신청을 하면 주말영업뿐 아니라 24시간 영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재판부는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는 처분대상인 대형마트는 점원의 도움없이 소매하는 점포의 집단”이라며 “롯데쇼핑 등 대규모 점포에서 점원이 구매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행위들에 비추어 법령상 대형마트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재판부 관계자는 “영업시간 제한 처분으로 전통시장 보호의 효과를 뚜렷하지 않다”며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야간이나 주말이 아니면 장을 보기 어려운 경우 등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법원은 2012년 6월 서울 강동구, 송파구 등이 제정한 기존 조례가 위법하다고 첫 판결을 내렸다.
지자체는 법원이 지정한 사항들을 고친 개정조례안을 공포했다. 개정된 조례는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오전 0시부터 오전 8시까지로 제한하고 매월 둘째주, 넷째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고법의 이날 판결 근거는 처분대상이 된 점포들이 법령상 대형마트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유통산업발전법에서 대형마트를 매장면적의 합계가 3천m 이상이면서 식품·가전 및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점원의 도움없이 소비자에게 소매하는 점포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고법은 판결대상이 된 점포가 매장면적 기준으로 대형마트에 해당하지만 ‘점원의 도움없이 소매하는 집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앞으로 다른 대형마트들의 유사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에서 영업중인 대형마트 대부분은 코스트코 등 외국형 및 창고형 마트를 제외하고 사실상 점원들이 상주하고 있다.
결국 한국형 대형마트 가운데 유통산업발전법에서 규정한 대형마트가 없는 셈이 된다.
특히 이날 판결은 골목상권 보호보다 소비자 선택권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대형마트 규제에 따른 전통시장 활성화 효과가 미흡하다고 본 반면, 맞벌이 부부나 아이를 키우는 가정 등 소비자들의 불편은 큰 것으로 판단했다.
대형마트 영업제한은 2012년 시작됐다. 유통법은 지자체가 조례를 제정해 영업시간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자 대형마트 유통업체들과 지자체간 소송전이 잇따랐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결과가 앞으로 유사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현재 서울고법에 유사소송이 8건 계류돼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