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의 후임으로는 내부 출신이 선임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KT는 23일 주주총회를 열어 사외뿐 아니라 사내에서도 회장 후보자군을 조사하고 구성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한다.
KT 지배구조위원회가 회장 후보 심사 대상자를 정할 때 ‘사내·외 회장 후보자군을 조사·구성하고 이사회가 정하는 바에 따라 회장후보 심사대상자들을 선정한다’는 조항을 정관에 넣는 것이다.
KT가 차기 최고경영자를 육성할 수 있는 근거를 정관에 명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KT 관계자는 “그동안 내부에서 회장 후보자를 낼 수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정관에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내부 출신 회장 후보자를 키우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정관 변경이 통과되면 경영 후계자 육성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후속조치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2002년 민영화됐지만 끊임없이 정치권에 휘둘렸다.
정권이 교체되자마자 최고경영자가 불명예 퇴진을 하는 일도 있었다. 이 때문에 외풍에 휘둘리지 않는 회장을 선임하기 위해 KT 내부에 경영 후계자 육성제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왔다.
이석채 전 KT 회장도 경영 후계자 육성제도를 만들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 전 회장은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배임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가운데 자진 사퇴했다.
황창규 회장은 2017년 연임을 확정하면서 이사회에 KT의 지배구조를 개편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에는 차기 최고경영자 후보군을 관리하고 양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포함된다.
황 회장은 KT처럼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된 포스코의 후계자 육성제도를 참조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2017년 2월 후계자 육성제도의 일환으로 기존 사업본부 위에 철강사업을 책임지는 철강부문장을 도입했다. 철강부문장을 사실상 최고경영자 후계자의 시험대로 삼은 것이다.
그러나 KT는 아직 내부에서 회장을 배출할 준비가 안 돼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까지 전혀 후계자 육성 프로그램을 구축하지 않아 앞으로 육성 프로그램이 안착되려면 시일이 걸린다는 것이다. 근본적 지배구조 개편 없이는 경영 후계자 육성제도를 만들어도 정치권의 외풍을 막을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시민위원장은 5일 KT 지배구조 개선방안에 관한 토론회에서 “KT 이사회가 최고경영자 후보군을 뽑는다면 내부에서 경영후계자를 육성하는 것은 답합구조를 강화하는 것일 뿐”이라며 “지배구조의 근본적 변화가 없다면 정치권의 외풍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