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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100년 지켜온 서울시 금고지기 자리 계속 유지할까

김수연 기자 ksy@businesspost.co.kr 2018-03-08 17: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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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100년 지켜온 서울시 금고지기 자리 계속 유지할까
▲ 우리은행이 맡아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 지방세 인터넷 납부시스템 이택스 홈페이지. <이택스 홈페이지>
우리은행이 103년 동안 지켜왔던 서울시의 금고지기 자리를 놓고 다른 은행들과 맞붙게 됐다.

그동안 쌓은 노하우와 시스템 덕에 우리은행이 입찰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 시스템오류가 발생한 데다 다른 은행들도 기관영업 강화에 온 힘을 쏟고 있어 경쟁이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조만간 공고되는 2019~2022년 동안의 서울시금고 운영권 입찰에서 독점적 지위를 지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번 입찰에서 선정된 사업자는 2019년부터 4년 동안 연간 32조 원에 이르는 서울시 예산을 관리하게 된다. 4만 명 이상인 서울시 공무원들과 손쉽게 거래할 기회도 얻게 된다.

손태승 우리은행장도 최근 경영전략회의에서 서울시금고의 운영권을 유치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 할 것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전신인 조선상업은행 시절인 1915년부터 2018년 현재까지 서울시의 예산과 기금을 단독으로 관리하고 세금에 관련된 업무도 수행해온 만큼 이번 입찰에서도 우위에 있다는 인식이 많았다.

그러나 우리은행이 맡아 운영하는 서울시 이택스(ETAX)시스템에 6일 오류가 발생해 세금고지서가 70만 명에게 잘못 전달됐다.

우리은행이 그동안 정보유출 사고 없이 서울시 금고를 잘 운영해왔다고 자부한 것에 흠집이 난 셈이다.

우리은행은 “오배송된 고지서는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볼 수 있어 개인정보 유출 위험은 없다”며 “앞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우리은행이 이번에도 금고운영을 도맡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의 금고지정 기준에 따라 입찰에 참여한 금융기관에 평가점수를 매겨 공개경쟁 방식으로 금고운영기관을 선정하고 있다”며 “그동안 우리은행이 독점해왔다고 해서 이번에도 반드시 우리은행이 선정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부터 기존의 단수금고 대신 복수금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금고가 복수제로 바뀌면 제1금고(일반회계)와 제2금고(특별회계)를 맡을 은행을 각각 선정하게 된다. 보통 제1금고의 수탁금액이 제2금고보다 훨씬 많다.

복수금고제에서 우리은행이 제1금고지기를 지킨다 해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제2금고를 운영하는 은행이 잠재적 경쟁자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비교해 지자체 교부금을 받지 않아 상대적으로 특별회계의 필요성이 적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 회계에 단수금고제만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도 올해 들어 기관영업 강화에 힘쓰고 있어 우리은행이 방심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당장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10년 동안 자리를 지켰던 국민연금의 주거래은행 입찰에서 2017년 우리은행에 밀린 것을 설욕하기 위해 벼르고 있다. 기관영업부문을 기관그룹으로 확대해 개편했고 기관영업본부의 덩치도 키웠다.

위 행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커뮤니티영업을 그 무엇보다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며 “기관고객을 상대할 때 긴밀한 협업과 촘촘한 영업을 통한 ‘토탈 마케팅’을 하겠다”고 밝혔다.

허인 KB국민은행장도 기관영업에 강한 면모를 살려 올해 서울시금고 운영권 입찰에 뛰어들 뜻을 공개적으로 보였다.

2017년부터 기관영업을 오랫동안 담당해 왔던 사업자의 교체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우리은행에 부담이 된다.

당시 국민은행은 신한은행에서 5년 동안 운영했던 경찰공무원 대출사업자로 선정됐다. 신한은행은 KEB하나은행에서 5년 동안 맡아왔던 김해국제공항 영업점과 환전소 운영권을 따냈다.

그러나 우리은행이 기관영업에서 강세를 보이는 점은 서울시금고의 운영권 입찰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관영업은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대형 병원, 대학교 등의 자산을 수탁하는 업무를 말한다. 우리은행은 현재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수인 기관 114곳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우리은행은 2017년에 국민연금의 주거래은행과 수탁은행 입찰에서 신한은행을 제치고 1순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국토교통부 기금운용심의회에서 1월에 선정한 주택도시기금 간사수탁은행 자리도 지켰다.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은 2017년 9월 기준으로 42조 원을 넘어선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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