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신사업으로 점찍고 대규모 투자를 벌여온 중소형 올레드사업에서 갈수록 불안한 상황에 놓이고 있다.
애플 아이폰X의 판매 부진으로 중소형 올레드의 수요가 좀처럼 늘지 않는 한편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올레드 공급 과잉을 이끌 가능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올레드 투자를 대폭 축소하는 전략변화를 검토할 수도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가 올해 중소형 올레드패널에 벌일 시설 투자 규모를 예상보다 줄일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스마트폰시장이 본격적 침체기에 접어들며 부품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드고 있는 데다 제조사들도 가격이 높은 올레드패널 탑재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의 수요 부진으로 중소형 올레드 공급 과잉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LG디스플레이가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중소형 올레드 시설투자에 나서기 어려워졌다"고 바라봤다.
증권가에서 폭발적 성장을 예상했던 중소형 올레드시장이 성장 정체의 위기를 맞은 가장 큰 이유로 애플이 지난해 최초로 올레드를 탑재해 출시한 아이폰X의 판매가 부진한 점이 꼽힌다.
블룸버그는 "아이폰X이 중소형 올레드 '붐'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다"며 "중국 스마트폰업체들도 올레드패널을 탑재할 이유를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공급받기로 했던 중소형 올레드 물량을 기존 예상의 절반 정도로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에 공급할 물량이 줄어든 영향으로 현재 중소형 올레드 공장 가동률이 50% 안팎에 그쳐 수익성 확보에 고전하고 있다. 남는 물량을 애플 이외 고객사로 돌리기 위해 적극적 영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중소형 올레드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과잉을 이끌면 후발주자인 LG디스플레이가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는 "LG디스플레이가 적극적으로 중소형 올레드 생산투자에 나섰지만 고객사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소형 올레드시장 전체가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LG디스플레이 올레드패널을 탑재한 LG전자 'V30'(왼쪽)과 구글 '픽셀2XL'. |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패널 고객사 확보에 계속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 'V30'과 구글 '픽셀2XL' 등 제품에 올레드패널을 공급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두 제품이 모두 부진한 판매성적을 내며 실적에 기여하는 비중은 크지 않았다.
더구나 LG전자가 원가 절감을 위해 올해 상반기 출시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LCD패널을 탑재하기로 하며 LG디스플레이는 올레드패널의 안정적 공급처를 놓치게 됐다.
LG디스플레이가 LG전자에 스마트폰 LCD패널도 공급하는 만큼 단기적으로 실적 타격은 충분히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중소형 올레드에 계속 투자를 벌이는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김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당분간 중소형 올레드 생산 투자보다 기술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둘 것"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 등 경쟁업체의 공세로 추가 투자를 벌이기 어렵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