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엔진 본입찰이 임박했지만 흥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본입찰에 참여할 인수자가 3~4곳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지만 두산중공업이 원하는 가격에 두산엔진을 팔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김동철 두산엔진 대표이사 사장. <창원대학교> |
14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두산엔진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가 20일 두산엔진 본입찰을 진행한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두산엔진 지분 42.66%와 경영권을 매물로 내놨다.
두산엔진 인수적격 예비후보로 선정된 사모펀드 키스톤PE와 글랜우드PE 등 서너 곳이 본입찰에도 참여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두산엔진은 두산중공업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이번에 매물로 나왔다. 두산그룹은 두산엔진을 매각한 대금으로 두산중공업의 차입금을 갚겠다는 목표를 세워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이 두산엔진을 원하는 가격에 팔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두산엔진이 향후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두산엔진은 2017년 신규수주를 3113억 원 확보했다. 2016년 신규수주보다 23.2% 줄어든 것으로 2년 연속 신규수주가 크게 부진했다.
지난해 수주잔고도 2016년과 비교해 반토막났다. 지난해 말 수주잔고가 7826억 원으로 집계돼 2016년 말보다 50.1% 줄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글로벌 선박 발주가 2016년보다 80% 가까이 증가하고 선박용 엔진사업의 영업환경도 개선됐다”며 “하지만 두산엔진은 엔진 발주 지연, 국내외 경쟁심화 등으로 신규수주를 실질적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두산엔진이 지난해 주요 거래처인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확보한 신규수주는 2016년보다 423억 원 정도 늘었다.
하지만 중국시장 점유율이 2016년 26%에서 2017년 18%로 곤두박질하면서 중국에서 확보한 신규수주도 1469억 원 줄었다. 중국은 두산엔진 수주잔고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도가 높은데 이 곳에서 입지가 흔들리는 것일 수도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두산엔진이 지난해 영업이익이 늘긴 했지만 매출은 줄었다”며 “2016년과 2017년 신규수주 부진의 여파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이며 매출감소 흐름이 향후 몇 년 동안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두산엔진은 2017년 말 기준으로 순차입금을 2907억 원 보유하고 있다. 2018년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만 90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35억 원이 났지만 순손실 103억 원을 봤다. 두산엔진이 자체적으로 돈을 벌어 빚을 갚기 힘들 수도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두산엔진 지분과 경영권을 약 3천억 원에 팔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14일 시가총액 기준으로 두산엔진 지분 42.66%는 1170억 원 정도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 붙는다고 해도 두산중공업이 바라는 가격에 한참 못 미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두산엔진은 차입금도 많아 실제 두산그룹이 두산엔진을 팔아 손에 쥐는 돈이 몇 백억 원에 그칠 수도 있다는 시선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