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이 24일 서울 명동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수출입은행> |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이 성동조선해양의 구조조정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은 행장은 24일 서울 명동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성동조선해양 등을 놓고 재무적이고 산업적 측면을 감안해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며 “돈을 추가로 지원해야 할 경우 국민이 납득해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조선해양은 STX조선해양과 함께 장기 생존방안과 관련해 삼정KPMG회계법인의 컨설팅을 받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으로 컨설팅 결과에 따라 존속 또는 청산 등을 결정한다.
은 행장은 “채권자 입장에서 국민의 재산을 임의로 다룰 수 없으니 컨설팅 결과에 따라 결론을 내려는 것”이라며 “기업이 살 수 있는지와 국민이 납득할 수준이 되는지를 모두 살펴보고 시장과 정책금융의 역할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성동조선해양 등 구조조정 중인 조선사의 저가수주를 막아 경쟁력이 더욱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자 “저가수주를 하면 경영이 악화되면서 국민에게 부담으로 돌아간다”고 반박했다.
은 행장은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의 합병이 논의되는 점을 두고도 “컨설팅 결과가 나온 뒤에 (합병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 행장은 지난해 매각에 실패한 대선조선의 처리방안을 놓고 “언제든 기회를 다시 잡는다면 업황을 살펴보면서 매각하겠다”며 “수출입은행이 단독으로 결정할 문제는 아니지만 가격을 깎더라도 파는 것이 맞아 보인다”고 밝혔다.
조선업계 전반을 놓고 업황이 좋아질 때까지 기업의 생존을 위해 규모를 최적화하고 전략선종의 경쟁력을 지킬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대형 조선사 3곳도 고부가가치 선종을 만드는 기술의 우위를 바탕으로 경영을 회복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은 행장은 대기업 위주였던 수출입은행의 여신구조를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중심으로 바꿔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해 중소기업에 10조 원, 중견기업에 16조 원의 여신을 내주기로 했다. 둘을 합치면 올해 계획한 전체 여신 공급목표 48조 원의 43%에 이른다.
수출입은행은 올해 중소기업을 위한 ‘해외온렌딩’ 규모를 2조4천억 원으로 잡았는데 지난해보다 5천억 원 늘었다. 온렌딩은 중개금융기관에 자금을 저금리로 내주면 이 금융기관에서 자체평가를 통해 돈을 빌려줄 대상과 금액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은 행장은 “올해도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원화강세 등으로 기업들의 교역여건이 만만치 않다”며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도록 단계별 맞춤형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건설, 플랜트, 선박 등 수주산업에 내주는 중장기 여신의 규모를 지난해 42억 달러에서 올해 60억 달러로 늘린다. 에너지신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등 신성장산업에도 9조 원을 지원한다.
은 행장은 기획재정부에서 수출입은행을 공기업으로 지정할 가능성을 질문받자 “지금 상태가 시장에 즉각적이고 신속하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기재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수출입은행이 사외이사와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의) 형식을 갖춘 만큼 방만경영과 거버넌스 문제를 둘러싼 걱정을 덜었다고 본다”며 “기재부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합리적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은 행장은 수출입은행의 전무이사와 이사 후보를 심사하는 임원추천위원회를 도입했다. 이사회에 참여하는 사내이사를 줄이고 사외이사를 늘려 전체의 50% 이상을 유지하도록 만들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