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형슈퍼마켓(SSM)이 규제에 가로막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성장’은 생각도 못하고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슈퍼마켓이 경기변동에 민감하지 않은 만큼 전체 슈퍼마켓시장 규모는 매년 확대되고 있지만 기업형슈퍼마켓은 정부의 규제 강화로 전체 시장보다 낮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롯데슈퍼, 신세계그룹의 이마트에브리데이가 운영하는 이마트에브리데이 역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통산업의 특성상 점포가 많아야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출점이 막히면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되면서 기업형슈퍼마켓은 전통시장 반경 1㎞ 안에 들어설 수 없다. 또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이 금지되며 월 2회 의무휴업을 해야 한다. 신규 출점과 공격적 영업이 사실상 어려운 셈이다.
롯데슈퍼 점포 수는 2007년 80여 개에서 2012년 390여 개로 매년 가파르게 늘었지만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증가세가 대폭 둔화됐다. 현재 롯데슈퍼 점포 수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410여 개에 그친다.
실적도 악화된 지 오래다.
롯데슈퍼는 2011년 1조7천억 원, 2012년 2조3천 억 원의 매출을 거두며 35%가 넘는 매출 성장세를 보였으나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연속 매출이 2조3천억 원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매출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3분기 매출은 1조7380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 가량 줄었다.
영업이익은 더욱 심각하다.
롯데슈퍼의 영업이익은 2012년 560억 원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2013년 360억 원으로 역성장했다. 그 뒤 2014년 140억 원, 2015년 110억 원으로 점차 뒷걸음질했고 2016년 영업이익은 10억 원으로 전년 대비 90% 가까이 급감했다.
지난해에 들어서도 1~3분기까지 영업이익 10억 원을 내는 데 그쳤다.
롯데슈퍼는 고급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롯데슈퍼는 2016년 ‘롯데프리미엄 푸드마켓’을 서울 도곡동에 낸 데 이어 조만간 4호점인 서초점도 연다. 롯데프리미엄 푸드마켓에서는 100% 유기농 채소만 판매하며 출점도 소득수준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지난해 8월 서울 반포동에 냉동식품 전문매장 ‘프리지아’를 열기도 했고 프리지아 2호점 출점을 검토하고 있다.
신세계그룹도 뒤늦게 기업형슈퍼마켓사업을 시작했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2009년 이마트로 대표되는 대형점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이마트에브리데이를 통해 기업형슈퍼마켓시장에 진출했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2009년 6월 1호점을 열었으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전체 점포 수는 직영점과 가맹점을 합쳐 230여 개에 그친다.
다만 부실점포 폐점 등 수익성 관리를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 실적은 점차 나아지고 있다.
2011년 2600억 원대였던 매출은 2016년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1~3분기 매출은 8603억 원으로 지난해 전체 매출 역시 1조 원을 넘겼을 것으로 추산된다.
영업손실 역시 2015년 104억 원에서 2016년 63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지난해 1~3분기에는 39억 원가량의 흑자를 내면서 연간 흑자 전환이 거의 확실시된다.
그러나 여전히 기업형슈퍼마켓에 대한 시선이 따가운 점은 부담이다.
지난해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기업형슈퍼마켓의 판매품목을 제한하고 기존의 시간규제를 더욱 강화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