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2018-01-16 15:4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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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폐기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완성차회사들이 미국에 투자를 확대하는 등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극심한 판매 부진과 한미자유무역협정(한미FTA) 재협상 탓에 미국사업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 폐기 가능성까지 떠올라 삼중고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NAFTA 폐기 압박에 미국 투자 늘리는 완성차
1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미국, 캐나다, 멕시코 당국은 23일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6차 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진행하면서 자동차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을 폐기할 뜻을 거듭 밝히면서 북미 생산거점으로 멕시코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완성차회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을 좋은 협정으로 만들면 미국이 거기에서 얻게 되는 자금을 국경장벽을 짓는 데 투입할 수 있다”며 “결국 멕시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 국경장벽 건립과 북비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밀어부쳐 보후무역주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앞서 진행된 5차례의 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에서 기존 자동차 원산지 규정을 개정해 현지 미국산 부품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캐나다와 멕시코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헙정 재협상으로 미국에서 자동차 및 부품 생산을 늘리려 하는 것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시한은 3월까지다. 재협상 결과는 6개월 뒤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멕시코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글로벌 완성차회사들이 잇달아 미국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그만큼 미국의 북미자유무역협정 탈퇴 등을 비롯해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세르조 마르키온네 피아트크라이슬러 최고경영자는 11일 성명서를 내고 미국 미시건 공장에 10억 달러를 투자해 멕시코에 있는 트럭 생산설비를 이전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피아트크라이슬러는 북미자유무역협정이 폐기될 가능성에 대비해 트럭 생산설비를 미시건으로 옮기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을 탈퇴하겠다는 협박을 했고 그 다음날에는 캐나다 당국 관계자들이 미국의 탈퇴 가능성을 높게 본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고 전했다.
멕시코 공장에서 미국 수출용 차량을 생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을 받았던 토요타도 미국에서 새 공장을 짓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토요타와 마쓰다는 미국 앨라배마에 16억 달러를 투자해 새 공장을 짓기로 한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로이터는 10일 “(토요타와 마쓰다가) 새 공장을 짓는 계획을 세운 것은 미국 공화당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힘을 실어줄 수 있다”며 “그는 완성차회사를 대상으로 미국공장 건립과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트위터에서 “토요타가 멕시코 바자에서 미국 수출용 코롤라를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며 “미국에 공장을 짓거나 막대한 국경세를 납부해야 할 것”이라고 토요타를 압박했다.
◆ 현대기아차 미국사업 이미 ‘빨간불’
현대차와 기아차는 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으로 미국사업이 ‘삼중고’에 빠질 수 있다.
이미 미국에서 SUV 제품군 부족으로 극심한 판매부진을 겪고 있는 데다 한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 있다.
특히 기아차는 지난해부터 북미와 중남미 생산거점으로 멕시코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는데 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결과에 따라 기아차의 멕시코 공장 활용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현대차도 기아차 멕시코 공장에서 미국 수출용 엑센트를 위탁생산하고 있어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각각 68만5555대, 58만9668대를 팔았다. 2016년과 비교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판매는 각각 12%, 8.9% 줄었다.
미국이 한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하면서 자동차부문에서 강경하게 나가 최대한의 실리를 얻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어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판매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과 미국 당국은 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자유무역협정 1차 개정협상을 했다.
미국 당국은 이날 협상 후 성명서를 내고 “미국은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등 주요 산업용품 분야에서 더 공정한 상호무역을 하고 수출에 영향을 주는 무역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 당국은 1월 말경 서울에서 2차 개정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인 ‘CES2018’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FTA 재협상을 놓고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열심히 하고 계신 것으로 안다”며 “어떤 결과가 나든 어떤 상품을 만들어서 경쟁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지 그 주변이 바뀌고 그런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