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하나금융지주의 회장 선임절차에 제동을 건 배경을 놓고 금융계 관계자들의 해석이 분분하다.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개편을 압박해 온 만큼 금융지주사의 변화에 속도를 붙이기 위해 본보기로 삼고 있다는 관측도 있고
김정태 회장의 연임 포기를 겨냥하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 (왼쪽부터)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
15일 금융당국과 하나금융그룹, 그리고 금융권에 따르면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올해 들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하나금융을 본보기로 삼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최 위원장과
최흥식 금감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금융적폐 청산 기조에 맞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사 회장의 ‘셀프연임’ 문제를 정조준하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경우 오는 3월에 임기를 마치는 데다 연임에 도전하면서 금융위와 금감원이 추진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편을 압박하는 데 본보기로 삼기에 적합했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이 15일 내놓은 ‘금융혁신 추진방향’을 살펴보면 금융회사가 CEO 후보군의 선정과 평가기준을 공개하고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대표이사의 영향력을 배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금감원이 지난해 12월 하나금융에 경영유의 7건을 조치하면서 현직 회장의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참여를 배제하고 CEO 후보군의 선정기준 구체화도 권고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KB금융도 비슷한 경영유의 5건을 받았지만
윤종규 회장은 지난해 11월에 이미 연임이 결정됐다.
금융지주사 지배구조가 대체로 비슷한 만큼 금융당국이 회장 선임을 앞둔 하나금융을 본보기 삼아 금융지주사 전반의 지배구조 개편을 이끌어내고 한다는 것이다.
하나금융 이사회가 지난해 12월22일 금감원의 경영유의 조치를 반영해 지배구조를 일부 바꾼 뒤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CEO 선임절차를 정비하거나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최근 지주사와 계열사에 ‘경영리더육성위원회’를 각각 설치하기로 결정하면서 경영권 승계 프로그램을 더욱 체계화했다.
KB금융도 최영휘와 이병남 사외이사가 연임하지 않을 뜻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배구조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나온다.
그러나 금감원이 하나금융지주의 회장 선임 과정에서
김정태 회장 등의 ‘후보 리스크’를 이유로 절차를 미룰 것을 요구한 점은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감안해도 그 강도가 높아 보인다.
이 때문에 정부가 김 회장의 연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권은 특정 대주주가 없어 CEO가 연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과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유력한 경쟁후보가 없는 상황도 논란이 되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때부터 사실상 김 회장을 겨냥했다는 말이 나돌았다.
그 뒤에 최 위원장과 최 원장이 금융지주사의 CEO 승계프로그램과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등 지배구조 문제를 잇달아 비판하면서 김 회장의 연임 문제가 계속 부각됐다.
최 원장이 지난해 12월 하나금융 노조에서 금감원에 낸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 의혹 등의 조사 요청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고 금감원이 조사에 들어갔다.
최 원장의 경우 하나금융지주 사장이었다가 김 회장의 취임 이후 물러났고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점을 놓고도 금융권에서 여러 뒷말들이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은 김 전 회장의 후임으로 취임한 뒤 하나금융 내부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는데 이 때 두 사람의 관계가 틀어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김 회장이 지난해 12월 기자들에게 “전직 CEO와 임원들이 근거없는 음해성 소문을 낸다고 들었다”고 말한 점도 김 전 회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다.
물론 최 위원장은 김 회장을 겨냥했다는 논란이 커지자 “특정 인사를 지적한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최 원장도 “금융회사의 경영에 간섭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