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이
하영구 전 회장과 같이 은행권의 목소리를 강하게 대변할 수 있을까?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금융권 협회 가운데 회원사 규모와 업권이 각각 가장 큰 만큼 회장의 발언권이 다른 금융협회장보다 큰 자리로 꼽힌다.
은행연합회장은 금융공기업과 시중은행들이 회원사로 가입한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회장을 맡고 금융협회장 모임에서도 은행연합회장이 가장 상석을 차지한다.
매년 열리는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도 은행연합회장이 모든 금융회사를 대표해 건배를 제의하는 등 민간 금융권의 ‘맏형’ 역할을 맡는다.
김태영 회장도 올해 신년인사회에서 건배사를 맡아 ‘올·버·디’를 외쳤다. ‘올’해도 금융산업이 국민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금융인들이 함께 노력하자는 뜻이다.
하영구 전 은행연합회장의 경우 정부가 추진했던 은행의 신탁업 진출과 증권사의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 지정과 같은 굵직한 금융정책과 관련해 은행권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하며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키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주요 금융협회장이 바뀌고 있는 가운데 김태영 회장이 하 전 회장과 같이 금융권의 실질적 ‘맏형’ 노릇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각 금융협회에 구두로 사실상 관료출신을 배제하도록 하는 방향의 인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김태영 회장(1953년생)이 은행연합회 수장을 맡은 데 이어 생명보험협회장에도
신용길 전 KB생명 사장(1952년생)이 올랐다.
1월 말에 결정되는 금융투자협회장 역시 민간 금융회사 출신 인사인 정회동 전 KB투자증권 사장(1956년생)과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1953년생),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회장(1951년생),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1961년생) 등이 경쟁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바뀌는 주요 금융협회장 4자리 가운데 손해보험협회가 유일하게 고위관료 출신이자 가장 연장자인 김용덕 회장(1950년생)을 선출하게 되는 셈이다.
손해보험협회는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보다 협회 회원사 규모가 작지만 김용덕 회장이 이끌게 되면서 협회간 기싸움도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 도전장을 던진 후보들도 초대형 금융투자사업자 지정 및 단기금융업 인가 등 주요 현안을 놓고 회원사들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으면서 은행권과 증권업계의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업권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가운데 금융협회간 ‘밥그릇’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노동자 추천 이사제 등 노사조합과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는 점도 김태영 회장이 해결해야할 과제”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