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위 스마트폰 제조사 팬택은 왜 샤오미처럼 하지 않았을까?
최근 팬택이 내놓은 고성능 초저가 제품인 베가팝업노트나 출고가를 대폭 내린 베가아이언2 등이 연일 불티나게 팔리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 팬택이 진작 이런 전략을 썼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얘기가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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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우 팬택 대표이사 사장 |
이를 놓고 팬택이 연구개발능력과 인지도를 갖추고도 샤오미 같은 차별화 전략을 채택하지 않고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대형회사를 모방한 것이 실수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4일 팬택 등에 따르면 신형 스마트폰 ‘베가팝업노트’가 SK텔레콤 전용으로 35만2천 원에 출시됐는데 출시 반나절 만에 초기물량이 모두 팔려나가 추가 공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애초 팬택이 예상한 초기물량은 3만 대 정도였으나 대리점에서 6만 대 이상의 주문이 몰렸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내놓은 베가아이언2도 출고가를 절반가량 낮춘 뒤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최근 베가아이언2의 출고가를 35만2천 원으로 대폭 낮췄다. 그뒤 베가아이언2는 하루에 2500대 이상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팬택은 국내에 진출한 저가 외산폰과 경쟁에서 크게 앞서고 있다"며 "저렴한 가격에 비해 품질이 우수해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결과를 놓고 팬택이 경영악화에 빠진 원인으로 마케팅의 실패를 꼽는 시각이 넓어지고 있다.
애초에 고성능 초저가 스마트폰 전략으로 시장에 파고들었다면 회사가 넘어가는 위기상황까지 몰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팬택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거대기업들과 정면승부를 벌였다. 고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내놓고 마케팅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며 힘겨운 싸움을 이어나갔다.
자금력에서 크게 달리는 팬택으로서 무리한 전략이었다.
팬택의 연구개발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삼성전자나 LG전자에 밀리지 않는 수준이지 두 회사를 뛰어넘을 정도는 아니다. 또 팬택은 두 회사가 이동통신회사에 상당한 보조금을 지원하며 시장점유율을 넓혀가는 상황에서 이에 맞설 자금력도 부족했다.
팬택은 지난 5월 ‘베가시크릿업’ 등 최신 스마트폰의 출고가를 내렸다. 그러나 애초 출고가가 높게 책정되다 보니 출고가를 31%나 인하해도 65만 원대나 돼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팬택은 보조금 경쟁에서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사후서비스(AS) 등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는 소비자들의 불만으로 이어져 브랜드에 흠집이 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중국의 샤오미는 상대적으로 성능이 높지만 저가인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이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전략 등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샤오미는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한 뒤 이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도 도전하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팬택은 삼성전자, LG전자와 차별화한 전략을 택해야 했다”며 “샤오미처럼 저가시장을 우선적으로 선택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