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2017-12-24 05:14:21
확대축소
공유하기
▲ (왼쪽부터) 김정주 넥슨 회장,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넥슨과 엔씨소프트, 넷마블게임즈 등 게임회사들이 인공지능(AI)에 앞날을 걸고 있다.
게임시장은 갈수록 치열해고 있는데 응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인공지능 전담부서는 게임회사들의 핵심조직으로 자리잡고 있다.
넥슨은 인공지능 기술을 전담하는 조직인 인텔리전스랩스의 인력을 내년 연말까지 300명 규모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단일본부로는 넥슨에서 가장 많은 인력채용이다.
인텔리전스랩스는 기존에 흩어져 있던 관련 조직을 통합해 올해 60명 규모로 출범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각종 게임기능과 서비스를 개발한다.
개인의 전투와 전략 전개방식, 대처능력 등을 반영한 대결상대 매칭 등 그동안 게임을 운영하며 쌓아온 데이터에 기반해 이용자들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일부 게임에서 이 매칭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인텔리전스랩스는 게임 이용자가 게임을 임의로 조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핵탐지 시스템, 게임에 익숙치 않은 신규 이용자가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한 ‘어드바이저 봇’ 등 게임환경 개선을 위한 각종 시스템 자동화도 추진한다.
내년 1월 출시를 앞둔 넥슨의 야심작 ‘야생의 땅: 듀랑고’에도 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됐다.
듀랑고는 특정 알고리즘에 따라 게임의 가상세계를 무작위로 생성하며 게임공간을 넓힌다. 가령 듀랑고의 배경장소인 섬은 컴퓨터가 자동으로 만들어 내는 만큼 정해진 공략이 나오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용자로서는 끝없이 변화하는 세계를 즐길 수 있는 셈다. 게임에 등장하는 공룡과 맹수들도 이용자의 행동과 가상세계의 지형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넥슨이 내년 월드컵 시즌 전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EA SPORTS FIFA 온라인 4(피파 온라인 4)’ 역시 인공지능을 활용한 전략적 게임 플레이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소프트도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 넥슨이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 도입한 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게임업계에서 가장 앞서 인공지능에 투자해 왔다. 그는 3년 전 기자간담회에서 “인공지능은 엔씨소프트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혁신기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2012년부터 인공지능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조직을 운영 중이다. ‘A랩’에서 시작해 지금은 AI센터로 격상했다. 인력은 80명에서 90명 수준이며 계속 규모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PC온라인게임인 '블레이드 앤 소울'에 인공지능 캐릭터인 NPC와 사용자가 1대1 대전을 벌일 수 있는 기능도 추가했다. NPC는 유저의 다양한 상황에 따라 스킬, 전투시스템 등에서 대응방법을 생각하고 다르게 반응한다.
최근 개발이 백지화되긴 했으나 ‘리니지 이터널’을 통해 모든 콘텐츠들이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생성되는 ‘다이나믹 던전’을 추진하기도 했다.
넷마블게임즈의 경우 2014년부터 이용자 맞춤형 게임 엔진인 '콜럼버스'을 개발하고 있다.
콜럼버스는 사용자의 퀘스트(임무) 이행 정도나 난이도에 따라 맞춤형 트레이닝이 가능하도록 한다. 현재 유저들의 게임패턴을 정확히 예측하는 등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실제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넷마블게임즈는 9월 미국 인공지능학회(AAAI)에서 ‘혁신적 인공지능 응용상’을 두 차례 수상한 이경전 경희대 교수를 초청해 ‘인공지능 포럼’도 열었다.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은 포럼에서 “넷마블의 미래는 인공지능 게임 개발에 달렸다”며 “ 인공지능분야의 인재를 대거채용하는 등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의 지능형 게임에서 인공지능은 필수라는 것이다. 방 의장은 “지금까지는 미리 설계된 게임에 이용자가 반응하는 방식이었다면 지능형 게임은 이용자에게 맞춰 게임이 반응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