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 가격의 폭등현상을 놓고 지나치게 과열됐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중앙은행 입장에서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통화를 법정화폐로 보기 어렵다고 몇 차례 말씀드렸다”며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같은 견해”라고 밝혔다.
그는 “가상통화는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정도의 가격 폭등을 보이고 있다”며 “그런 투기적 모습에 모든 중앙은행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 열풍이 장기간의 저금리 기조가 특정자산에 투기를 불러오는 현상인 것으로 파악했다.
이 총재는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기조가 이어지면서 나타난 공통적 현상이 자산가격의 상승”이라며 “비트코인 등에도 비이성적 과열이 일부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비이성적 과열은 투자자들이 이성을 잃고 특정자산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뛰어드는 현상을 뜻한다.
1996년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이 당시 미국 주식시장의 급속한 상승을 경고하며 처음 사용한 용어다.
이 총재는 “아직까지는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 가격흐름이 비이성적이라고까지 할 상황은 아니다”며 “전반적 금융불균형이 생긴 정도”라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은 가상통화와 관련해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가상통화에 계속 관심을 두고 이와 관련된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며 “가격이 폭등하니까 규제를 검토하는 차원이 아니라 가상통화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파급경로, 지급결제시스템, 금융안정 등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태스크포스)’에서 논의하고 있는 가상통화 규제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도 참여하고 있지만 중앙은행 총재로서 할 수 있는 말은 아직 이것을 화폐로 볼 수 없다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