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7-12-13 17: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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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과거 추진했던 합병을 잠시 접어둔 채 당분간 ‘독자생존’의 길을 걸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새 대표이사 사장 인사를 살펴보면 두 회사가 앞으로 본업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경영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
▲ 남준우 삼성중공업 새 대표이사 사장(왼쪽),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새 대표이사 사장.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날 최성안 플랜트사업1본부장 부사장이 새 대표이사 사장에 내정된 인사를 발표했다.
최 사장은 삼성엔지니어링에 입사한 뒤 30년 가까이 회사의 주력사업인 화공플랜트사업에 몸담은 플랜트사업 전문가다.
삼성중공업이 11일 실시한 인사에서는 남준우 조선소장 부사장이 새 대표이사 사장에 내정됐다.
남 사장은 삼성중공업에서 선박개발담당, 시운전팀장, 안전품질담당, 생산담당 등을 역임해 조선생산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주력사업에서 오래 일한 임원들을 새 수장에 앉힌 것을 놓고 두 회사가 신임 대표들에게 본업 경쟁력 회복이라는 임무를 부여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2017~2018년에 영업손실 7300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하면서 1조5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함께 발표했다.
상선부문 일감이 줄어들자 해양플랜트부문에 주력하는 사업구조로 체질을 바꿨는데 오히려 이 전략이 독이 돼 적자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증권가는 파악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해외에서 일감을 따내는 데 고전하면서 수주잔고 확보에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3분기 말 기준으로 수주잔고 8조7014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2015년 말보다 수주잔량이 27.7% 줄어든 것이다.
두 회사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어둡다 보니 각 회사의 주력사업 전문가를 경영전면에 내세워 위기탈출의 고삐를 죄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독자생존에 방점을 둔 채로 각 기업의 활로를 뚫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과거 두 회사가 추진했던 합병방안은 자연스레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2014년 말에 합병을 시도했다. 삼성중공업이 힘을 실어온 해양플랜트 시공능력에 삼성엔지니어링의 플랜트 설계능력을 합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명분을 들었다.
하지만 합병에 따라 기업가치가 떨어질 것을 염려한 주주들이 두 회사의 예상보다 많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합병은 최종 무산됐다.
이후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이 “당장은 합병을 재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의 기술이 삼성중공업에도 필요하긴 하다. 원샷법(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의 대상이 되는지 재합병을 요청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합병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아 두 회사의 ‘합병설’이 때때로 떠오르곤 했다.
그러나 두 회사의 합병을 추진했던 당사자인 박대영 사장과 박중흠 사장이 모두 퇴진하면서 신임 대표들 모두 흔들리는 회사의 입지를 바로 세우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