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2017-12-13 16: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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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스가 충청남도 당진에 지으려던 석탄화력발전소를 다른 지역에 LNG(액화천연가스)발전소로 바꿔지을 것으로 보인다.
SK가스가 발전용량을 2배로 확대해 LNG발전소를 지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SK가스가 전화위복의 기회를 잡게 될 수도 있다.
▲ 이재훈 SK가스 사장.
다만 지금까지 당진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기 위해 투자된 비용을 매몰비용으로 날릴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3일 “SK가스가 발전소를 지으려고 했던 부지를 옮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SK가스의 입장을 고려해 신규 발전소의 발전용량을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2배 더 확대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SK가스는 자회사 당진에코파워를 통해 당진시에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의 협조를 얻어내지 못하면서 사업이 9개월 가까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SK가스가 당진에코파워 발전소를 석탄화력발전소가 아닌 LNG발전소로 전환해 짓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SK가스는 사업성이 떨어져 이런 방침을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당진시는 전력수요처와 거리가 너무 멀어 전기를 보내는 과정에서 전력손실이 크게 발생한다”며 “LNG발전소는 발전단가가 석탄화력발전소보다 높은데 전력손실이 크면 이익을 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SK가스가 당진에코파워 발전소를 LNG발전소로 짓는 대신 산업부가 발전소 부지를 옮기고 전력생산용량을 확대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사업이 다시 급물살을 타는 것으로 보인다.
SK가스가 앞으로 전화위복의 기회를 잡게 될 수도 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SK그룹 계열사 SKE&S가 보유하고 있는 보령LNG터미널을 활용하면 당진에코파워 발전소를 LNG발전소로 짓더라도 SK가스의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SKE&S는 해외에서 저렴한 가격에 LNG를 공급받기로 계약을 맺고 보령LNG터미널을 통해 이를 직접 공급받고 있다.
보령LNG터미널은 LNG를 300만 톤 더 들여올 수 있게 증설할 공간이 남아있는데 앞으로 SK가스가 SKE&S와 협력해 보령LNG터미널을 활용하면서 저렴한 가격의 LNG를 공급받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정부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발전소의 설계비용, 건설비용, 운영비용뿐 아니라 환경비용을 반영해 발전소의 가동순서를 정하려는 점도 SK가스에게 호재다.
정부는 그동안 발전단가가 저렴한 순서대로 발전소 가동순서를 정해왔다. 가동순서가 사실상 발전소의 가동률을 결정짓는 만큼 이는 발전소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 당진에코파워 조감도.
LNG발전소는 석탄화력발전소보다 발전단가가 높아 가동순서가 뒤로 밀려있다.
앞으로 환경비용이 발전단가에 포함되면 LNG발전소의 가동순서가 앞설 수도 있어 SK가스가 당진에코파워를 LNG발전소로 지어도 수익성이 좋아질 수 있다는 말이다.
다만 SK가스가 당진시에 당진에코파워를 짓기 위해 투자한 5천억여 원을 날릴 수 있다는 점은 상당한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SK가스가 자발적으로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려던 계획을 LNG발전소로 바꾸는 것”이라며 “회사의 자발적 의지에 따라 발전소건설계획이 바뀌는 것이라서 정부가 보상해야 할 매몰비용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SK가스는 3천억여 원을 들여 당진에코파워 지분 51%를 인수하고 1948억 원을 사업허가권 획득과 부지매입비, 기초공사 비용 등으로 썼다.
SK가스가 발전소 건설부지를 옮겨 LNG발전소를 지을 경우 당진에코파워 지분을 인수하고 부지를 매입해 공사한 의미도 크게 빛이 바랠 수 있다.
SK가스 관계자는 “부지이전과 매몰비용, 발전소 생산용량 등을 놓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며 “당진에코파워 지분을 각각 34%, 15% 보유하고 있는 한국동서발전, KDB산업은행과도 논의해야 할 사항이 많아 당장 밝힐 수 있는 사안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