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내년에도 고난의 행군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성립 사장은 내년에 연임 여부가 결정되는데 연임에 성공해도 정부 구조조정에 앞서 경영정상화를 이뤄내기까지 만만치 않은 과제들과 맞닥뜨려야 한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임기가 2018년 5월28일까지다.
정 사장은 STX조선해양 사장으로 있다가 2015년 위기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정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를 이뤄내겠다며 임금도 반납하고 있는 데다 마땅한 후임자를 찾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사장 유임을 점치는 시선이 많다.
하지만 정 사장이 자리를 지킨다고 해도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어 고난의 행군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와 경영상황을 놓고 발주처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느냐 여부가 결국 신규수주의 핵심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10월까지 모두 25억8천만 달러의 수주를 확보했다. 올해 수주목표 의 60%에 못 미친다.
대우조선해양이 해양플랜트를 수주하지 못한 탓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하반기 노르웨이 국영석유회사 스타토일이 발주하는 요한카스트버그에 투입될 해양플랜트를 수주하기 위해 애썼지만 싱가포르 조선사와 가격경쟁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대우조선해양이 유력한 수주후보로 거명되다 밀린 것을 놓고 재무구조와 사업안정성을 향한 투자자들의 의심을 걷어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노르웨이 해양산업 전문매체 업스트림은 스타토일이 대우조선해양에 선뜩 일감을 주지 못한 이유로 정부로부터 막대한 자금지원을 받았고 자구계획안을 이행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을 들었다.
대우조선해양이 수주곳간을 빠르게 채우기 위해서는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해양플랜트를 수주해야 한다.
조선사는 일반적으로 선수금 일부만 받고 나머지 건조대금은 인도시점에 받는 방식으로 일감을 수주한다. 이 때문에 사업규모가 큰 해양플랜트의 경우 발주처가 조선사의 재무건전성을 꼼꼼하게 살펴보는데 대우조선해양이 이런 기준에 못 미쳤을 수도 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이 기업규모를 축소하고 매각될 수 있는 데다 채권단의 관리감독이 강화됐다”며 “대우조선해양이 규모가 큰 해양구조물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지 불확실하다”고 파악했다.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보다 신규수주에 부진하면서 투자심리도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10월31일 주식거래가 재개돼 2만2400원을 시초가로 정했지만 1일 종가기준으로 주가가 1만7950원를 보이며 한 달 만에 20% 가까이 떨어졌다. 같은 기간 현대중공업 주가는 6.4% 떨어지고 삼성중공업 주가는 3.8%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신규수주를 늘리지 못할 경우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는 더욱 멀어진다.
증권업계의 실적전망을 종합하면 대우조선해양은 2020년까지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경우 고정비 부담이 더욱 커져 적자를 볼 가능성도 높아진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선업황이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과거같은 호황기를 다시 누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대우조선해양처럼 덩치가 큰 조선사가 생존을 이어가기 쉽지 않은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