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사장으로서는 기본급 20% 반납도, 인력 구조조정도 거부하는 노조에게 타협안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 강 사장은 단독 대표이사를 맡아 노사갈등의 해결사로서 시험대에 본격적으로 오른 만큼 주위의 시선을 더욱 의식할 수밖에 없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과 강환구 사장은 기존에 각자대표를 맡아 권 부회장은 대외활동, 강 사장은 노무관계 등 내부활동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노조는 강 사장보다 권 부회장을 협상 파트너로 삼고자 하는 행동을 보였다. 노조는 권 부회장을 회사 쪽의 실세라고 봤던 셈이다.
▲ 박근태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하지만 올해 11월 인사에서 강 사장이 단독 대표이사에 오르고 권 부회장은 현대중공업지주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현대중공업 노사관계도 오롯히 강 사장의 몫이 됐다.
강 사장은 2016년 노무관리 전문가로서 인정받아 현대미포조선 사장을 맡은 지 2년 만에 현대중공업으로 돌아왔다.
그는 임기 초반에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현대미포조선 노조는 협조적인 데다 인원도 많지 않아 개별적으로 만날 수 있었는데 현대중공업 노조는 규모가 커서 그렇게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노사문제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노무관리 부담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심경을 털어놓은 것이다.
강 사장이 노조에 팽팽하게 맞설 경우 올해 임단협이 또 다시 해를 넘기며 내년에 3년치 임단협을 타결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군산조선소 재가동 문제와 고용불안 등 때문에 일자리 확보를 우선으로 내거는 문재인 정부와 발을 맞추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임단협까지 몇 년째 잡음을 낼 경우 강 사장으로서 부담이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