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3분기 기준 월성원전의 중수로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소에는 43만3784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보관돼 있다. 저장가능용량의 87%에 이른다.
고리원전과 한울원전은 각각 6024다발, 5263다발을 보관하고 있어 포화율이 74%에 이른다.
원전 관련 방폐물은 크게 방사능 노출정도에 따라 작업중 사용된 장갑, 작업복 등 중저준위방폐물과 사용후핵연료봉 같은 고준위방폐물로 나뉘는데 중저준위방폐물의 경우 2015년부터 경북 경주 방폐장에 보관되고 있다.
정부는 2005년 중저준위방폐장 부지로 경주를 선정하고 앞으로 60년 동안 국내에서 나오는 모든 중저준위방폐물을 저장할 수 있는 규모로 경주 방폐장을 지었다.
문제는 고준위방폐물을 반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전문시설인데 고준위방폐장은 전국 각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소의 포화가 예상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부지선정도 이뤄지지 않았다.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신고리5,6호기 건설재개에 따른 보완조치로 ‘원전의 안전기준 강화(33.1%)’, ‘신재생에너지 투자확대(27.6%)’에 이어 ‘사용후핵연료 해결방안의 조속한 마련(25.3%)’을 꼽았다.
문재인 정부가 신고리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원전 안전기준 강화와 신재생에너지 투자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고준위방폐장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도 속도를 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신고리 공론화위원회의 권고가 나오기 전인 7월 이미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탈원전 정책’의 세부실천과제로 ‘공론화를 통한 사용후핵연료정책 재검토’를 선정하고 힘을 실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9월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를 찾아 “재공론화를 통해 주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등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방안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사용후핵연료정책 재검토와 관련한 공론화 과정은 현재 준비 단계”라며 “아직 확정된 방안은 없다”고 말했다.
▲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조감도.
고준위방폐장은 일찍 지어질수록 사용후핵연료 보관과 관련한 안전성을 높일 수 있고 임시저장에 따른 비용도 줄일 수 있다.
고준위방폐장은 공론화와 건설 과정에 많은 시간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는 공사재개 여부 등 단순히 찬반을 결정했던 신고리 공론화와 달리 최적의 솔루션을 찾는 과정”이라며 “신고리보다 공론화 과정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역시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2013년 10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공론화 과정을 거쳤는데 당시 각종 토론회, 포럼, 간담회, 설명회, 설문조사, 공론조사 등을 거쳐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한 최종권고안’을 마련하기까지 20개월이 걸렸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7월 고준위방폐물을 다루는 국가차원의 최초계획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이에 따르면 부지선정에 약 12년, 부지선정 뒤 실증연구 등에 약 14년, 실증연구 뒤 영구처분시설 건설에 약 10년 등 고준위방폐장을 만드는 데 대략 36년이 걸린다.
중저준위방폐물을 보관하는 경주 방폐장 역시 2005년 부지 선정 이후 건립을 마무리할 때까지 10년가량이 걸렸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등 원전정책 기조에 큰 변화가 있어 박근혜 정부에서 만들어진 사용후핵연료정책을 재검토할 계획을 세웠다.
정부는 원전 외부에 고준위방폐물 전문관리시설을 확보하기 전까지 포화가 예상되는 습식저장시설을 대신해 고리원전 등에 건식저장시설을 확충해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