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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6월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사실상 선언했다. ‘중진차출론’의 압력이 현직 장관에게까지 미친 것이다. 개각이란 부담을 안고서라도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드러난다.
유 장관은 4일 오후 지역구인 경기도 김포 시민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긴급 당직자회의에 참석했다. 유 장관은 회의에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인천시장에 출마하라는 요구를 나 자신의 편안함을 이유로 외면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김포를 떠난다는 생각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지역구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면서도 “하지만 나라와 당을 위해 역할을 해야만 한다”"며 출마의 불가피성을 내비쳤다. 유 장관은 김포군수와 김포시장을 지냈으며 이 지역에서 17, 18, 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유 장관은 “운명의 바다로 나간다. 당과 나라를 위해 이 한 몸 기꺼이 던지겠다”고 말해 인천시장 출마를 사실상 선언했다. 공무원 신분인 유 장관이 출마하기 위해선 선거 90일 전인 오는 6일까지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유 장관은 5일 장관직에서 사퇴하며 출마를 공식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측근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친박 현역의원으로는 처음으로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에 발탁돼 부위원장을 지냈다. 유 장관은 지난해 2월13일 새 정부의 첫 안정행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일사천리로 통과하고 지난해 3월 정식취임했다.
유 장관은 결국 ‘중진차출론’을 피하지 못했다. 새누리당 내에서 중진차출론이 나온 까닭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통합 신당으로 단일전선을 형성해 새누리당이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 장관은 하마평에 오르자 뜻이 없음을 거듭 밝혔지만 오래 버틸 수 없었다. 이미 남경필 의원도 지난 3일 황우여 대표 등을 만나 경기지사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보다 지지율이 더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유 장관에 대한 압박 강도는 높아졌다. 황 대표는 지난달 19일 유 장관에 대해 “이번이 인천시장 출마의 좋은 기회이다”라며 출마를 제안했다.
유 장관은 지난 3일 페이스북에 “오늘 아침 휴가를 신청했습니다. 거듭되는 출마요청과 현재의 정치상황을 보면서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합니다”며 휴가에서 돌아오면 입장을 밝히겠다는 글을 올렸다. 유 장관은 이틀간 휴가를 내고 당내 주요 인사들을 만나는 등 출마준비에 들어갔다.
유 장관 출마 의사가 알려지면서 당 내부에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안상수 새누리당 인천시장 예비후보는 유 장관의 출마는 인천시민과 당원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일부 언론에서 운운하는 전략공천은 국민께 공천권을 돌려드리겠다는 새누리당의 약속도 지키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개각부담을 안게 됐다. 유 장관 출마로 공석이 된 안전행정부 장관 자리를 조만간 채워야 한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선거준비로 바쁜 와중에 인물선정과 인사청문회까지 신경써야 한다. 더 큰 문제는 개각의 범위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교체설이 계속 나돌고 있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등 일부 장관을 이번 기회에 바꿔 분위기를 일신하고 지방선거를 맞이하자는 쪽으로 사태가 번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