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에 바람 잘 날이 없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그룹에 쌓인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지만 검찰수사와 압수수색 등 연이어 악재가 불거지면서 그동안 노력이 퇴색될 처지에 놓였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재건축사업 수주과정에서 금품을 살포한 의혹을 받고 있는 롯데건설을 대상으로 경찰이 추가로 압수수색을 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9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신4지구 재건축사업 수주과정에서 금품을 제공한 혐의(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위반)로 롯데건설을 압수수색했다.
롯데홈쇼핑도 또다시 로비의혹에 휩싸였다.
롯데홈쇼핑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전병헌 대통령 정무수석의 의원 시절 보좌진들이 구속됐다. 검찰은 롯데홈쇼핑이 2015년 7월 한국e스포츠협회에 낸 후원금 3억 원에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신헌 전 사장에 이어 강현구 전 사장도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신헌 전 사장은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챙겼다는 혐의로 기소됐고 강 전 사장은 방송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돼 최근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는 물론 롯데그룹 주요 경영진들도 모두 재판을 받고 있다. 신 회장은 특히 징역 10년의 중형을 구형받았고 조만간 선고공판이 열린다.
신 회장과 함께 롯데지주 대표이사에 오른
황각규 사장은 징역 5년을 구형받았다. 황 사장은 신 회장이 추구하는 ‘뉴 롯데’를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롯데그룹 안팎에서 열리는 행사 대부분에 참석하면서 롯데그룹의 얼굴 역할을 하고 있다.
그룹 내 최고참 전문경영인인
소진세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사장)도 마찬가지로 징역 5년을 구형받았다. 사회공헌위원회는 신 회장이 지난해 4월 국민의 기대와 사회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겠다면 만든 기구로 설립 초기에 신 회장이 직접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허수영 화학BU장(사장) 역시 징역 9년을 구형받았다. 허 사장은 허위 회계자료를 근거로 정부로부터 수백억 원대의 세금을 돌려받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이 최근 몇 년 동안 형제간 경영권 분쟁, 경영비리 검찰수사와 재판, 박근혜 게이트 연루 등으로 이미지가 심각하게 떨어지자 올해 이미지 개선에 힘을 쏟았다.
롯데그룹은 올해 '이름 빼고 다 바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어느 때보다도 숨 가쁜 한 해를 보냈다.
2월 정기임원인사에서 BU체제가 도입됐고 각 분야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전문경영인 3명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권력 분산을 통해 부정적이고 권위적 이미지에서 벗어나겠다는 신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였다.
4월에 롯데그룹의 새로운 비전인 ‘라이프타임 밸류 크리에이터(Lifetime Value Creator)’를 선포하고 질적성장으로 경영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롯데그룹 창립 이래 최초로 그룹 이미지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롯데지주도 10월 출범했다. 동시에 롯데그룹 CI(기업이미지)도 교체됐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 출범식에서 “롯데지주 출범은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새로운 기업가치를 창조해나갈 롯데의 비전을 알리는 시작”이라며 “앞으로 롯데그룹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혁신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경영비리를 둘러싼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되고 2016년 10월 직접 경영혁신안을 발표했다. 회장 직속으로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준법경영위원회를 만들었고 투자와 고용을 확대해 국민경제에 이바지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당시 “국민의 기대와 사회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