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17-11-06 15: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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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DGB금융의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마무리할 수 있을까?
박 회장이 대구은행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돼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점이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
6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은 현대중공업측과 하이투자증권을 놓고 가격을 포함한 인수조건을 놓고 최종협상을 벌이고 있다. 인수대상은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하이투자증권 지분 85.32%다.
DGB금융은 8월부터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하기 위해 살펴왔다. 박 회장의 대구은행 ‘비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지면서 미뤄왔지만 최근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면서 매각측과 인수측의 입장차가 상당히 좁혀졌다는 관측이 우세해졌다.
DGB금융이 1일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며 공식적으로 인수의사를 처음 밝힌 데 이어 8일 이사회를 열어 하이투자증권 인수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하이투자증권 인수전에 외국계 자산운용사 HKAM(홍콩에셋매니지먼트)가 입찰의향서(LOI)를 제출하면서 외형상 2파전의 경쟁구도가 만들어지긴 했지만 현대중공업측과 DGB금융은 사실상 계약 마무리 단계인 만큼 이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HKAM이 뒤늦게 국내 홍보대행사를 통해 하이투자증권 인수전에 참여했다는 소식을 알린 점 역시 현대중공업측과 DGB금융의 계약이 무르익자 판을 흔들기 위한 행보라는 관측도 나온다.
DGB금융은 하이투자증권뿐 아니라 하이투자증권 자회사인 하이자산운용(지분 92.42%)과 현대선물(지분 65.22%) 등을 묶어 4500억 원가량에 ‘패키지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자산운용과 현대선물의 경우 재매각해 인수자금을 일부 충당하는 방식이다.
인수대금 등 계약과 관련된 사항은 어느정도 마무리됐지만 문제는 금융당국의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지 여부다.
박 회장은 대구은행에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비자금 일부를 지역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으로 제공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는데 이 경우 대주주적격성에 제한을 받는다.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 등을 받은 금융회사는 1년 동안 다른 금융회사의 대주주 자격을 확보할 수 없다.
박 회장의 대구은행 비자금 조성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대구은행에서 불거진 일인 만큼 DGB금융까지 제재를 받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금융당국의 인허가 과정을 놓고 특혜의혹 및 감독기능 소홀 등의 문제점이 지적된 만큼 금융당국이 더욱 까다롭게 심사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속도를 내는 것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흔들리는 리더십을 다잡고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채용비리와 관련해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물러나자 박 회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듭 거세지고 있다”며 “DGB금융의 하이투자증권 인수가 무산될 경우 박 회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