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채용비리 의혹을 딛고 임기를 마칠 수 있을까.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채용비리에 책임을 지고 중도하차하면서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김용환 회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김 회장은 본인이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입지가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사퇴로 김 회장이 임기를 마치는 데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말이 나돈다.
김 회장의 임기는 2018년 4월에 끝난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2일 긴급이사회에서 “채용비리 논란에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행장은 올해 1월 연임에 성공해 2019년 3월까지 우리은행을 이끌기로 돼있었는데 중도에 퇴진을 결심했다.
우리은행은 2016년 신입사원을 뽑는 과정에서 국가정보원과 금융감독원 임직원 등의 자녀 16명을 부정하게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광구 행장이 사퇴를 결정하면서 금융권의 시선은 김용환에게 쏠리고 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조직의 수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지만 김용환 회장은 본인이 직접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9월 발표한 금융감독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2016년 5급 신입공채 과정에서 서태종 수석부원장 등 일부 간부가 특정 인원들을 합격시키기 위해 선발인원 수를 임의로 늘리는 등 비리를 저질렀다.
김용환 회장은 당시 김성택 수출입은행 부행장의 아들이 금감원에 합격할 수 있도록 서 수석부원장에게 청탁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이에 따라 서울 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종오)는 9월 말 서 수석부원장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10월 말에는 김 회장의 집무실과 자택 등 8곳을 압수수색했다.
금융권의 채용비리를 놓고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는 점도 김 회장에게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금감원 채용비리 관련자를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강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1일 금융공공기관의 채용과정을 전수조사하고 비리를 확인할 경우 관련한 인사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민간은행 14곳은 11월 말까지 채용체계 전반을 자체점검해 조사결과를 보고한다.
김 회장은 처음 의혹이 제기됐을 때부터 결백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을 받기는 했지만 청탁의혹이 아직 사실로 밝혀지지 않은 만큼 사퇴하지 않고 임기를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보일 수도 있다.
NH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김용환 회장은 참고인 신분으로 압수수색을 받은 것이며 현재 정상적으로 일정을 수행하고 있다”며 “인사청탁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용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