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삼성그룹의 방산과 화학계열사를 인수한 뒤 순항하고 있다.
인수할 당시만 해도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그룹의 몸집을 성공적으로 키웠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이 2015년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삼성그룹으로부터 여러 방산 및 화학계열사를 사들일 때만 해도 ‘승자의 저주’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2년이 지난 현재 한화그룹은 방산·화학사업에서 성장의 발판을 확보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2014년 말 삼성그룹으로부터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과 삼성탈레스(현 한화시스템), 삼성토탈(현 한화토탈),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종합화학) 등 4개 기업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인수대금만 2조 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거래였다.
한화그룹은 당시 그룹 주력사업인 방산사업의 덩치를 키워 글로벌 방산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한편 석유화학사업에서도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기 위해 빅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된 인수합병이었기 때문에 한화그룹의 빅딜이 자칫 그룹 전체를 위기에 빠뜨리는 ‘승자의 저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다.
방산사업의 경우 국가를 상대로 하는 사업이라 5~7% 안팎의 안정적인 영업이익률을 꾸준히 창출할 수 있지만 내수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아 8400억 원을 주고 삼성테크윈을 사는 것이 무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시 제품의 공급과잉으로 불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됐던 석유화학사업의 인수를 놓고도 비관적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화그룹이 삼성그룹으로부터 사들인 기업들은 현재 한화그룹에서 모두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한화그룹 방산부문 계열사들이 지난해 낸 매출은 5조8320억 원이다. 빅딜 이전인 2014년보다 방산계열사들의 매출이 4배 가까이 늘었다.
증권가의 전망을 종합하면 올해 한화테크윈은 매출 4조3100억 원을 내 지난해보다 22.5%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K9자주포 등의 수출도 늘어나는 추세라 앞으로 매출성장이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석유화학부문의 성과도 좋다.
한화그룹은 한화토탈과 한화종합화학을 사들인 지 1년여 만에 두 기업을 인수하는 데 들인 돈을 대부분 회수했다.
한화토탈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8조1853억 원, 영업이익 1조4667억 원을 냈다. 에틸렌업황이 급격히 좋아지면서 2015년보다 영업이익이 83.9%나 급증했다.
한화그룹이 한화토탈과 한화종합화학을 인수하는 데 1조 원이 조금 넘는 돈을 삼성그룹에 준 점을 감안할 때 1년여 만에 이미 ‘본전’을 뽑은 셈이다.
석유화학업황이 장기호황국면을 맞고 있어 한화그룹의 두 석유화학계열사는 앞으로도 안정적 이익창출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자산규모 측면에서도 인수합병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한화그룹은 2014년 자산규모 38조 원 규모로 재계 10위 밖에 머물렀으나 올해 자산이 58조 원 수준까지 늘어나 재계순위 8위에 이름을 올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