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주식거래 재개 가능성의 확대로 한시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대우조선해양을 놓고 주식거래 재개요건을 모두 갖췄다고 밝히는 등 대우조선해양이 이르면 10월이나 11월 주식거래를 재개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주식거래가 재개될 경우 투자자들로부터 대규모 소송을 당할 가능성도 있어 정 사장이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려울 수 있다. 

23일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정 사장이 26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리는 기업심사위원회에 참석해 거래재개의 필요성을 소명한다. 기업심사위원회는 26일부터 27일까지 대우조선해양의 주식거래 재개, 상장폐지 등을 결정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정 사장이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재무구조와 수주상황이 크게 개선됐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며 “회계투명성을 강화했다는 점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상반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6조1881억 원, 영업이익 8880억 원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은 75.2% 늘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5540% 정도에서 2분기 말 기준으로 240% 정도로 크게 개선됐다.

수주상황도 좋아졌다.

대우조선해양은 8월 말 기준으로 13억3천만 달러를 수주하고 9월 말 유럽에서 9천억 원 규모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일감을 확보했다. 

외국언론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스타토일의 요한카스트버그 프로젝트에 쓰일 해양플랜트 하부구조물 건조일감도 따낼 가능성이 높다. 이 사업의 계약금액은 약 5~6억 달러 정도로 이를 수주할 경우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수주목표에 성큼 다가서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4월 중순부터 9월15일까지 상반기 재무제표 회계감사에서 적정의견을 받았고 저가수주를 피하기 위해 수주심의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 심의위원회는 대우조선해양의 영업지속성, 재무건전성, 경영투명성 등 3가지 항목을 심사해 주식거래 재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는데 대우조선해양이 이런 요건을 거의 대부분 갖췄다는 것이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도 23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주식거래를 재개할 수 있는 형식적 요건을 갖췄다고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주식거래 재개를 결정할 경우 일반적으로 하루 이틀 만에 주식거래가 이뤄진다”며 “대우조선해양이 주식거래 재개 판정을 받게 될 경우 이르면 30일이나 31일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의 주식거래 재개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이 5조 원 규모의 회계부정과 횡령, 배임 등을 저지르면서 기업신뢰도가 떨어졌다"며 "적정 기업가치 평가를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주식거래를 재개하더라도 투자자들에게 분식회계에 따른 피해를 배상하느라 재무구조가 취약해질 수 있다고 이 연구원은 내다봤다. 

대우조선해양이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며 일부 투자자들이 제기한 소송은 약 2천억 원 규모인 것으로 추산된다. 대우조선해양이 투자자의 손해를 배상해 약 1600억 원의 비용을 쓰면서 재무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5조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로 2016년 7월15일부터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거래정지 당시 주당 4480원이었지만 올해 1월 자본을 10대1로 감자하면서 주가가 4만4800원으로 변경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