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 부진으로 실적이 동반악화 되면서 경영진단을 받았는데 그 후속조치로 인력감축을 실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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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치준 삼성전기 사장 |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등도 실적악화를 면하지 못하고 있어 구조조정의 폭이 삼성그룹 전자계열사 전체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4일 업계 따르면 삼성전기가 40~50대 차부장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인사담당자들이 일일이 돌아다니며 퇴직 신청자를 비공개로 만나는 식으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다. 인력 구조조정을 조용히 추진하는 이른바 ‘삼성스타일’인 셈이다.
삼성전기는 희망퇴직 신청자들에게 퇴직금 외에 2년치 연봉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또 퇴직 뒤에도 일정 기간 자녀 학자금을 지원해줄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전기는 삼성SDI에 이어 올해 삼성그룹 전자계열사 중 두 번째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된다.
삼성SDI는 지난 7월 근속 20년 이상에 나이가 45세 이상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삼성SDI가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사업 철수를 결정하면서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200여 명의 직원이 퇴직을 신청했고 나머지 인력들은 자동차전지 등 다른 사업부로 재배치됐다.
삼성전기의 이번 희망퇴직 추진은 최근 실적이 부진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삼성전기는 반도체패키지기판과 카메라모듈 등 휴대전화 제작에 들어가는 주요부품을 생산해 주로 삼성전자에 납품한다. 그러나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사업구조 탓에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 부진의 여파를 고스란히 맞았다.
삼성전기는 3분기에 매출 1조7217억 원에 영업손실 691억 원을 냈다. 매출은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19% 줄었고 영업이익은 세분기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직전분기 실적도 좋지 않았다. 삼성전기는 2분기 매출 1조8607억 원에 영업이익 212억 원을 올렸는데 영업이익의 경우 지난해 2분기보다 무려 90.5%나 줄었다.
삼성전기의 수익성 문제가 심각해지자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 산하 경영진단팀을 통해 지난 6월 중순부터 삼성전기에 대한 경영진단에 착수했다. 삼성전기가 그룹 차원의 경영진단을 받은 것은 2003년 이후 11년 만의 일이었다.
삼성그룹은 당시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경영진단을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영진단 뒤 사업재편 외에 인력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업계는 예상했다.
삼성전기가 희망퇴직을 추진하면서 실적부진이라는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삼성그룹의 다른 전자계열사도 비슷한 조처를 취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다음 구조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삼성디스플레이도 곧 미래전략실의 경영진단을 받을 예정인데 이번 삼성전기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통상적으로 경영진단이 끝나면 사업구조 개편과 구조조정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3분기에 6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보다 영업이익이 무려 93%나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이 최근 2년 동안 호황을 누리면서 전자 계열사들의 조직이 비대해진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실적이 계속 부진한 만큼 인원감축 등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