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17-10-12 17: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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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자율주행차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차량공유회사인 쏘카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SK가 쏘카의 경영권 확보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SK텔레콤의 자율주행차사업과 무관하지 않을 수도 있다.
▲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1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쏘카와 제휴를 맺고 자체 개발한 ‘리모트ADAS’를 쏘카 공유차량 200대에 장착해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리모트ADAS란 자동차에 통신기능을 탑재해 주행안전을 크게 높이는 차량기술이다. 차량주변을 감지할 수 있는 특수장비를 통해 차선이탈, 앞 차 및 보행자 추돌위험 등을 운전자에게 경고하는 기능이 있다.
SK텔레콤은 리모트ADAS의 테스트 및 검증은 7월 말에 완료하고 상용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국내 공유차량에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가 도입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쏘카 차량을 이용한 뒤 “양옆 차선을 밟을 때마다 띠링띠링 소리가 나는데 이게 무엇인가요?” 등 리모트ADAS를 경험한 후기가 다수 올라오고 있다.
박정호 사장은 쏘카를 SK텔레콤 자율주행기술 상용화의 시험장이자 차량운행 데이터확보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리모트ADAS 외에도 ‘T리모트아이V2X’ 등 자율주행과 관련된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다. T리모트아이V2X는 이동통신망을 통해 자동차 카메라나 센서가 탐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상황을 운전자에게 실시간 전달하는 기술이다.
자율주행관련 기술들이 많은 사용자들에게 검증받는 데 쏘카와 같은 차량공유회사를 활용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다. 쏘카는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회원이 3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사용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쏘카와 협력은 주행데이터를 확보하는데도 매우 유용하다.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이 60%에 가까운 내비게이션 ‘T맵’을 통해 방대한 지리정보, 교통정보 등의 자료를 확보하고 있지만 실제도로에서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한 데이터는 아직 부족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에게 쏘카는 자율주행차사업을 하기에 매우 좋은 주행데이터 획득 플랫폼”이라며 “SK텔레콤이 자율주행차 사업을 확대하려고 하는 만큼 쏘카와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SK그룹은 쏘카를 인수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 장동현 SK 사장.
SK는 2015년 11월 쏘카의 신주발행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20%(590억 원)를 확보해 2대주주에 올랐다. 5월에는 쏘카의 구주와 150억 원어치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해 30%에 가까운 지분확보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가 쏘카 경영권까지 확보하게 된다면 쏘카는 SK텔레콤 자율주행차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쏘카는 적자폭이 매년 커지고 있어 SK가 추가로 쏘카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SK텔레콤이 자율주행차사업을 위해 차량공유회사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은 KT의 행보와 대비된다.
김준근 KT GiGAIoT사업단장은 9월29일 사업전략 발표회에서 “자율주행차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냉정하게 완성차업체가 아닌 곳이 자율주행을 연구개발해 어디에 적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자율주행기술보다는 관제센터나 인프라 구축에 미래사업 기회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이 쏘카 뿐 아니라 미국 1위 차량공유회사 투로에 지분투자하며 차량공유사업을 확대하고 있는데 반해 KT는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SK그룹은 SK네트웍스가 렌터카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KT는 2015년 렌터카사업을 롯데그룹에 팔아넘겼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은 그룹차원의 지원과 계열사 사이의 협력을 바탕으로 자율주행차사업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자율주행차에서 SK텔레콤과 KT의 상반된 전략이 향후에 확연히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