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2017-10-10 17: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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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케미칼이 미국 태양광사업에서 가시밭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미국 태양광시장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데 트럼프 정부가 한국산 등 태양광모듈에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다 오바마 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육성정책을 전면 백지화하겠다는 방침까지 세웠다.
▲ 김창범 한화케미칼 사장(왼쪽)과 남성우 한화큐셀 사장.
뉴욕타임스는 스콧 프루이트 미국환경보건청 청장이 9일 미국 탄광회사 행사장에서 “석탄과 전쟁은 끝났다”며 “10일 워싱턴D.C.에서 청정전력계획(clean power plan)을 철회하자는 법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청정전력계획은 2015년 8월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발표한 신재생에너지 육성정책이다. 미국 발전소의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2005년보다 32% 줄이고 풍력, 태양광처럼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전체 발전의 28%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뼈대로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3월 청정전력계획 일부의 시행을 미루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는데 마침내 청정전력계획을 완전히 백지화하려는 것이다.
프루이트 청장은 대표적인 기후변화 부정론자로 꼽힌다. 그가 청정전력계획을 반대해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새삼스러울 일은 아닌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육성정책에 반대한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보이고 있는 만큼 미국 태양광시장의 성장전망은 한층 어두워졌다.
트럼프 정부는 최근 한국산과 중국산 등 해외에서 생산된 태양광모듈에 미국 태양광산업이 피해를 입었다고 판정하면서 보호무역기조도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외국산 태양광모듈에 높은 관세 등을 물려 수입을 제한할 경우 미국 태양광시장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화케미칼의 긴장감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화케미칼 실적에는 한화큐셀의 실적이 태양광부문 실적으로 잡히는데 한화큐셀은 지난해 미국 수출비중이 전체의 30~40%에 이른다. 트럼프 정부가 세이프가드 조치를 내릴지 검토하고 있는 기업 가운데 한화큐셀도 포함돼 있다.
트럼프 정부가 한화큐셀에 높은 관세를 물려 미국사업이 개점휴업 상태에 빠질 경우 영업손실 800억 원가량을 볼 수도 있다고 KB증권은 추산했다.
트럼프 정부가 높은 관세를 물리지 않더라도 미국 태양광시장이 위축되면 한화큐셀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화큐셀이 터키와 중동 등 신흥국 태양광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아직 미국을 대체할 만큼 규모가 크고 안정적인 태양광시장을 확보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