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2017-09-27 15:5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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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3사가 강력한 경쟁력을 보여왔던 드릴십시장에 중국 조선사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대형 조선3사의 드릴십 기술력이 중국 조선사보다 훨씬 앞서있어 드릴십 수주경쟁에서 당분간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중국 조선사가 중국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있어 마냥 낙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26일 “시추기업 다이아몬드오프쇼어가 드릴십(시추설비) 2기를 발주하기 위해 중국 조선사인 자오상쥐국제유한공사(CMHI)와 협상하고 있다”며 “다이아몬드오프쇼어가 중국정부의 금융지원 때문에 중국 조선사를 선택했으며 한국조선사는 드릴십 건조에 너무 높은 가격을 불러 포기했다고 주장한다”고 보도했다.
다이아몬드오프쇼어가 발주하려는 드릴십은 계약규모가 6억~7억5천 달러에 이르는 심해용 대형 드릴십이라고 노르웨이 해양산업 전문매체 업스트림은 전했다. 이 드릴십은 글로벌 대형 석유기업 쉐브론이 용선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발주협상이 진행되는 것이다.
다이아몬드오프쇼어는 당초 드릴십 건조에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한국과 유럽의 조선사에 먼저 드릴십 발주를 문의했다. 하지만 한국과 유럽 조선사 등이 드릴십을 건조하는 데 너무 높은 가격을 제시해 중국 조선사에게 협상기회가 돌아갔다.
자오상쥐국제유한공사는 심해용 대형 드릴십을 건조해본 경험이 없다. 이 때문에 다이아몬드오프쇼어와 자오상쥐국제유한공사의 드릴십 건조 협상이 중간에 엎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조선업계는 바라본다.
조선3사 관계자는 “중국 조선사가 이제 막 대형 드릴십 수주와 관련해 협상하는 단계인 만큼 큰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며 “대형 드릴십 건조에서 중국 조선사가 대형 조선3사의 경험과 기술력을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드릴십 발주를 고려하고 있는 시추기업에게 중국 조선사의 제안은 구미가 당길 것으로 보인다.
시추기업들은 현재 드릴십업황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데 중국 조선사가 막대한 금융지원을 약속할 뿐 아니라 드릴십 건조가격도 크게 낮춰주면 재무적 부담을 크게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오프쇼어와 드릴십 관련 협상을 진행하는 자오상쥐국제유한공사는 중국국영기업이 지분 55%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중국 선진지역에서 해양플랜트사업을 주력으로 키우고 있다.
중국정부가 자오상쥐국제유한공사의 심해용 대형 드릴십 수주를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할 수도 있다. 중국 공업화신식화부도 2020년까지 전 세계 해양플랜트시장에서 점유율 3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뒀기 때문이다.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중국정부의 금융지원은 중국 조선사의 수주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해운사 CMA CGM은 한국 조선사도 건조해본 경험이 없는 2만2천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중국 조선사에 주문했는데 이를 놓고 국내 조선업계는 예상을 깬 결과라고 평가했다.
조선3사 관계자는 “CMA CGM이 중국 국적선사와 같은 해운동맹 소속이라서 특수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과 중국정부가 막대한 금융지원을 약속한 점이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에 영향을 발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정부는 최근 프랑스해운사 CMA CGM이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중국조선사에 발주할 경우 선박금융을 95% 지원하고 컨테이너선 건조가격도 대폭 낮춘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아니라서 중국 조선소에 선박금융을 80%까지만 지원해야 한다는 규제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
중국정부가 중국 조선사의 해양플랜트 수주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번에도 막대한 선박금융 지원에 나설 경우 드릴십시장에서 중국 조선사의 존재감이 한층 강력해질 가능성도 떠오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