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2017-09-22 16:38:03
확대축소
공유하기
▲ 가수 김광석씨.
가수 김광석씨 부녀의 죽음과 그의 아내 서해순씨를 둘러싼 의혹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서씨는 김광석씨의 사망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서해순씨는 22일 스포츠경향에 “(의혹과 관련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며 “정리 되는대로 연락하겠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8월30일 다큐멘터리 영화 ‘김광석’ 상영과 동시에 자취를 감췄는데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영화는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가수 김광석씨의 21년 전 사망을 추적했다. 연출자는 MBC 해직기자인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 겸 감독이다.
김광석씨는 1996년 1월6일 토요일 자택 계단에서 숨을 거뒀다. 목에 전깃줄이 감겨있는 상태였다. 갑작스러운 죽음의 원인을 두고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자살로 수사가 마무리됐다.
숨진 김광석씨를 처음 발견한 것은 아내 서씨였다. 서씨는 시신이 병원으로 옮겨진 뒤 김광석씨의 사인을 놓고 처음에는 ‘실수’라고 말했다가 ‘자살’이라고 번복했다.
당시 이 감독은 수습기자로 사건을 처음 취재했다. 그는 사건발생 며칠 뒤 “아무리 봐도 타살같다”고 MBC에 보고했다. 자살의 동기도, 유서도 없으며 자살현장도 이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과수 부검결과 타살혐의가 없다고 나오면서 이 감독의 의심은 보도로 이어지지 않았다.
영화는 서씨를 김광석씨 타살의 핵심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다. 이 감독의 주장에 따르면 김광석씨는 서씨에게 이혼을 통보한 다음날 새벽 숨졌다.
자살도구로 사용됐던 전깃줄이 목을 매달 정도로 길지 않았다는 점, 전깃줄을 묶을 때 쓰였어야 할 의자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메모광인 김광석씨가 유서를 남기지 않았다는 점 등이 의문점으로 제기된다.
▲ 김광석씨의 딸 김서연 양.
딸 김서연양의 석연치않은 죽음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미스터리는 더 커졌다.
김서연양은 김광석씨의 저작권(작사가, 작곡가의 권리)과 저작인접권(실연자, 음반제작자 등의 권리) 상속자였다. 유족들과 서씨는 저작인접권을 두고 10년 가까이 다툼을 벌였는데 대법원은 2008년 이 권리가 딸의 것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김양은 이 판결 전인 2007년 12월23일 사망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당시 17세였다.
영화를 제작하면서 이 감독과 김광석씨의 형인 김광복씨는 조카서연양의 행방을 수소문했으나 찾지 못했다. 이에 김광복씨가 조카의 실종신고를 내기 위해 경찰을 찾았다가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을 20일 전해들은 것이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에 따르면 2007년 12월23일 오전 5시경 자택에서 쓰러져 있던 김서연양을 서씨가 발견해 병원으로 후송했으나 오전 6시경 사망했다. 사망원인은 급성폐렴으로 추정됐으며 별다른 외상이 없고 약물검사에서도 기침감기약 성분밖에 검출되지 않아 내사가 종결됐다.
문제는 서씨가 그동안 딸이 어딨냐고 묻는 지인들에게 “미국에서 잘 지내고 있다”며 사망 사실을 숨겨왔다는 점이다. 친인척들까지 모두 김서연양의 사망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인접권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문에서도 그의 사망에 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파문은 정치권으로 번졌다. 안민석 진선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이른바 ‘김광석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변사사건의 경우 공소시효와 관계없이 재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하지만 현재 의혹들이 뚜렷한 증거없이 정황에만 기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서연양의 사망으로 저작권 등은 벌써 서씨에게로 넘어갔는데 굳이 딸의 죽음을 숨길 이유가 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감독과 김광석씨 유족 측은 21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김서연 양의 죽음에 재수사를 요청하는 고소 및 고발장을 접수했다. 김양이 살해당했을 가능성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22일 재수사에 착수했으며 형사6부(박지영 부장검사)에 사건이 배당됐다.
김광석씨 사망사건은 이미 공소시효가 끝났으나 김서연양의 경우 3달 남짓 시간이 남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