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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의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2.25%에서 2.0%로 내렸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운영했던 사상 최저치와 같은 수준이다.
한국은행 15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 8월 2.50%였던 금리를 2.25%로 내린 지 2개월 만에 다시 기준금리를 2.0%로 내렸다.
한국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2월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2.0%로 떨어뜨린 뒤 17개월 동안 유지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그때와 같은 수준이다.
이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원 7명 중 금리동결을 주장한 사람은 1명뿐이었다. 이 총재는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의 이번 금리인하 결정은 만장일치가 아니었다”며 “위원 한 분이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근거로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 낮은 물가상승 압력, 미흡한 심리 회복세 등을 들었다.
한국은행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로 수정해 내놓았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4.0%로 전망했다. 그러나 7월에 3.8%로 바꿨다가 이번에 더 내린 것이다. 내수부진은 물론이고 유로존 경기침체와 엔화약세 등 글로벌 경제문제에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봤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개월 동안 1%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인하에 따른 물가상승 부담도 그렇게 크지 않다고 봤다.
이 총재는 “경제 모멘텀을 살리려면 지금 금리인하를 하는 것이 맞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번에 인하한 기준금리 2.0%는 경기회복을 뒷받침하는 데 부족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더 이상의 추가적 금리인하는 부정적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이번 금리인하를 통해 현재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진하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뒷받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는 내수부진이 계속되자 지난 8일 경제장관회의에서 정책자금 패키지 41조 원 가운데 올해 집행액을 기존 26조 원에서 31조 원으로 5조 원 더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 총재는 최근 국정감사를 비롯해 미국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연이어 기준금리 인하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 때문에 이번 기준금리 인하를 놓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침해됐다는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지난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적정 기준금리 하한은 보수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 부총리의 ‘척하면 척’ 등 금리인하 요구발언에 대해서도 “시장에 영향을 주는 사람은 금리에 대해 말하는 것을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9일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8월 금리인하 후 개인소비심리는 조금 나아졌으나 기업투자심리는 개선되지 않았다”며 “금리인하 효과는 제한적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인하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불확실성과 경제불안 심리 등이 여전해 단기적으로 큰 효과를 내지 못할 수 있지만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부동산정책 등과 결합해 시너지가 완만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번 금리인하로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 1천조 원을 넘어섰고 내년 상반기에 11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재는 이날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한국은행이 올해 두 번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쪽으로 작용할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예전처럼 주택담보대출이 갑자기 늘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