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올해 하반기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게 됐다.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 사업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두산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는 일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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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
두산그룹 지주사 격인 두산 주가는 14일 전일보다 2.88%(3500원) 내린 11만8천 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두산중공업 주가는 4.73%(1천 원) 내려 2만1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탈석탄정책에 따라 이날 신고리원전5· 6호기 건설을 일시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두산중공업이 신고리원전 건설 중단으로 1조 원이 넘는 수주잔고를 날릴 수도 있어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IBK투자증권은 두산중공업이 올해부터 2019년까지 약 1조7천억 원의 매출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두산중공업 주가는 올해 2월 중순 3만 원까지 올랐으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탈석탄정책이 구체화될 때마다 계속 떨어져 14일 2만 원에 간신히 걸쳐 있다. 5개월 정도 만에 주가가 30% 넘게 하락한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11일 시행한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도 흥행에 실패했다.
두산중공업은 2년 만기의 1천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11일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650억 원의 매수주문만 들어오는 데 그쳤다. 흥행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희망금리를 민간채권평가사가 산정한 금리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시했는데도 350억 원의 물량이 매수주문을 받지 못했다.
두산도 최근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했는데 두산그룹의 주력계열사인 두산중공업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산은 6월15일 2년 만기의 회사채를 1200억 원 규모로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480억 원의 물량만 매수주문을 받았다.
두산중공업 등 두산그룹 계열사의 재무구조 위기가 두산으로도 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대된 탓으로 풀이된다.
두산은 올해 두산중공업이 발행한 5천억 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 가운데 920억 원을 인수하면서 두산중공업 등 계열사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박정원 회장이 두산그룹의 성장가능성을 놓고 시장에 확신을 주기 위해서는 주요 계열사 유동성 리스크를 해소하고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두산은 올해 전자나 산업차량 등 자체사업 실적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것만으로는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연료전지부문에서의 성과가 절실하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으로 타격을 받게 되면서 두산의 기업가치도 떨어졌다”며 “두산그룹의 지주사 격인 두산이 연료전지부문에서 대규모 수주를 확보하는 등 성과를 보여줘야 두산중공업의 부진을 넘어서면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두산중공업은 국내 원자력발전설비사장을 독점하고 있는 만큼 원전설비사업을 주요 성장동력으로 삼아왔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으로 원전부문에서는 타격을 받았지만 두산의 연료전지가 이를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줄 경우 기업가치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2012년 두산 회장에 오르면서 2014년 연료전지사업, 2015년 면세점사업에 진출해 이 두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면세점사업은 사드보복 등에 따른 중국관광객 감소로 성장전망이 어두운 만큼 박 회장에게 연료전지사업의 성과는 개인적으로도 깊은 의미가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