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위 효과’가 기대 이상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후 재계에 확산되는 불안심리를 가라앉히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반면 기업들은 공정위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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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
김 위원장이 말하는 기대와 압력이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프랜차이즈업계에서 경영진이 물러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MP그룹 창업주인 정우현 회장은 26일 끼워넣기·보복출점 등 논란에 대국민사과를 하고 회장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미스터피자 상생위원회를 구성해 경영쇄신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성락 제너시스BBQ 사장은 21일 취임 3주만에 사임했다. 치킨값 인상으로 여론의 비난이 거센데다 공정위가 BBQ 지역사무소 현장조사에 나서는 등 압박이 거세진 것이 사퇴 배경으로 지목된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이런 움직임은 과거 유사한 논란이 있었을 때 소극적으로 대응하던 것과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이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후 가장 먼저 살펴볼 분야로 가맹사업분야를 지목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김 위원장 취임 후 공정위는 죠스푸드와 쥬씨 등 프랜차이즈 본사에 과징금을 부과했고 치킨 프랜차이즈 담합 감시에 들어갔다. 말로만 그치지 않고 실제로 적극적인 가맹사업 불공정거래 단속에 나선 것이다. 이에 교촌치킨, BHC치킨, BBQ 등이 잇따라 가격인상 철회, 가격할인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상조 효과는 가맹사업분야에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김 위원장이 취임 전부터 여러 차례 강조해온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관련해 대기업들은 사전 대응에 나섰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15일 대한항공을 제외한 5개 계열사 대표이사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인 유니컨버스 보유지분 전량을 대한항공에 증여하기로해 일감몰아주기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한화그룹도 21일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등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한화S&C를 물적분할해 지분을 매각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한화그룹은 공식적으로 “대기업 내부거래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지분구조로 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취임 후 무조건적인 규제 일변도로 기업을 몰아붙이기보다 충분한 여유로 자발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4대그룹 간담회에서 “새로운 사전규제 법률을 만들어 기업의 경영판단에 부담을 주거나 행정력을 동원해 기업을 제재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며 “최대한 인내심으로 기업인들의 자발적 변화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5일 진행한 언론인터뷰에서 순환출자 해소와 관련해 “법을 고치는 것보다 시장의 기대와 압력으로 해소하는 게 비용면에서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시장의 기대에 맞게 변화할 경우 공정위 차원에서 법 개정 등 강제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김 위원장은 기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은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방심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들이 선제적인 대응을 게을리 할 수 없는 이유다.
공정위는 최근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기업에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반복적인 법위반행위에 과징금 상한을 두 배 올리는 내용도 포함됐다.
27일에는 가맹본부가 가맹점과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합의사항을 이행해야 공정위 시정조치를 면제하는 내용의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현재는 가맹본부가 가맹점과 합의만 해도 시정조치가 면제돼 합의가 제대로 지켜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