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K뱅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자본확충을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은산분리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자본확충 방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뱅크는 원래 2~3년 안에 증자하겠다는 계획을 앞당겨 올해 안에 자본을 늘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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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성훈 K뱅크 행장. |
예상보다 빠르게 올해 여수신액 목표를 달성하면서 자본확충을 할 필요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K뱅크는 15일 기준으로 수신액 5200억, 여신액 4800억 원을 달성했다. 올해 목표인 수신액 5천억 원, 여신액 4천억 원을 두 달만에 넘었다.
다만 여신액이 수신액보다 빠른 증가세를 나타내면서 자본부담이 커졌다. 수신액과 여신액의 비율을 나타내는 예대율은 4월 말 65.5%에서 6월15일 기준 92.3%로 급상승했다.
예대율이 높을수록 은행의 자본활용이 뛰어나다는 뜻이지만 예대율이 100%를 넘어갈 경우 자기자본비율을 떨어뜨리는 만큼 K뱅크 입장에서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수신액과 여신액이 지금과 비슷한 증가세를 유지하면 연말에 K뱅크의 자기자본비율은 8%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경우 예대율을 100% 이내로 규제하고 자기자본비율 1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만큼 자본확충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실상 대출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또 K뱅크는 초기 자본금 2500억 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 가운데 상당액을 초기 시스템 구축 및 마케팅 비용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자본확충 필요성은 더욱 높을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은산분리 원칙과 관련해 국회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진전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K뱅크의 주주를 살펴보면 KT가 8%, 우리은행과 GS리테일, NH투자증권, 다날이 각각 10%, 그리고 다른 16곳의 주주가 52%를 보유하고 있다.
K뱅크는 출범한 뒤 은산분리 원칙이 완화되면 KT가 추가로 출자해 자본을 늘려 1대 주주에 오른다는 계획이었지만 은산분리 완화와 관련된 논의가 멈추면서 다른 자본확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K뱅크에 참여하고 있는 주주사 21곳이 동일비율로 증자에 참여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형회사들의 경우 자금 사정이 나쁘지 않지만 21곳 주주 가운데 IT 및 핀테크업체 등 스타트업 등도 있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증자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하기 쉽지 않다.
심성훈 K뱅크 은행장도 K뱅크 출범식에서 “은행법과 특례법 등이 개정 및 제정이 되지 않을 경우 21개의 주주사가 현재 비율로 동일하게 증자를 진행해야 한다”며 “다만 주주사별로 상황이 각기 다를 수 있기에 동일한 비율로 증자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은산분리 완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대형회사들도 K뱅크에 추가 투자를 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K뱅크는 일부 대출상품 판매를 일시 중단하는 등 여신액 증가속도를 조절하는 것과 동시에 정기예금 특판을 연이어 내놓으며 수신액을 늘리는 데 힘쓰고 있다.
예대율이 빠르게 높아지는 것을 경계하면서 마땅한 자본확충 방안을 마련할 시간을 벌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과 정치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자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K뱅크는 더 이상 관련 법안 통과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주주사들과 협의를 통해 자본확충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K뱅크의 최대과제”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