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 백화점업체들의 특약매입 거래구조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약매입은 직매입과 달리 재고부담을 납품업체가 떠안게 돼 백화점업계의 대표적인 갑횡포로 꼽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유통기업들의 갑횡포 규제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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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 과징금 고시 개정안’을 22일 행정예고했다. 이에 따라 10월부터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중소 납품기업에 부당한 행위를 하다 적발될 경우 과징금을 2배 더 물게 된다.
공정위가 유통대기업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기조를 이어가면서 백화점업계의 특약매입 관행이 주목받는다.
국내 백화점들은 대부분 특약매입 방식으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백화점이 상품을 외상으로 사들여 판매하고 수수료를 받는 거래형태인데 안 팔린 물건은 다시 반품한다. 이 때문에 납품업체에 재고부담 등 각종 비용을 떠넘긴다는 지적이 많다.
반면 직매입 방식은 백화점에서 직접 상품을 구매하여 판매하는 만큼 백화점이 재고부담을 안게 된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백화점의 직매입 비중은 3.8%, 특약매입은 86.1%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14년 국정감사에서 “특약매입을 줄이고 직매입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는데 2015년 롯데백화점은 특약매입 거래비중이 되레 늘었다.
경제정책 연구원인 파이터치연구원의 김승일 원장은 “유통업에서 기본적인 위험은 팔려고 산 물건이 팔리지 않을 가능성, 즉 재고의 부담”이라며 “그런데 대규모 유통기업들은 마진은 취하되 재고부담은 납품기업이나 입점업체에 전가하는 전략을 쓴다”고 말했다.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를 표방하는 코리아세일페스타가 낮은 참여율과 할인율로 비판받는 것 역시 이런 거래구조와 직결된다. 백화점은 ’떨이‘를 할 재고가 없어 굳이 할인폭을 키울 이유가 없고 제조업체는 수수료 탓에 추가 할인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백화점들은 대부분의 매장이 직매입 방식으로 운영되다 보니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70~90%의 할인율을 내세울 수밖에 없는 것과 대비된다.
특약매입 구조 등에서 백화점이 차지하는 판매수수료 역시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는디.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2월7일에서 올해 1월20일까지 조사해 4월 공개한 '대규모유통업체 납품 중소기업 애로실태조사'에 따르면 백화점들은 최고 43%까지 판매수수료를 받았다.
현대백화점은 의류부문에서 최고 43%, 롯데백화점은 가전·컴퓨터부문에서 최고 40%, 신세계백화점은 패션잡화부문에서 최고 38%의 판매수수료를 물렸다.
더욱이 코리아세일페스타 등 대규모 할인행사 때도 판매수수료를 깎아주지 않은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됐다. 할인에도 판매수수료율에 변동이 없는 경우가 47.4%였으며 수수료를 감면받았더라도 10% 미만에 그쳤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를 놓고 "백화점의 직매입 비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상황에서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참여하는 것은 비양심적"이라며 "제조업체의 목을 비틀어서 백화점이 행사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납품업체들은 특약매입과 관련해 공정위에 표준계약서 보급 확대, 수수료상한제, 동반성장지수 평가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공정위는 현재 유통업체의 동반성장지수를 평가할 때 특약매입 대신 중소기업과의 직매입 비중을 늘리는 업체에 가산점을 주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