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문재인 정부에서도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피해갈 수 있을까?
지주사 전환을 피하더라도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가 도입되면 지배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지주사 전환 피할 수 있을까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 회장은 평소에 ‘투자 야성’을 강조하며 지주사로 전환될 경우 투자를 제한하는 각종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 지주사 전환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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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겸 미래에셋대우 회장. |
미래에셋그룹은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미래에셋캐피탈을 중심으로 계열사 사이에 복잡한 출자관계가 얽혀있다.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박 회장이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통해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미래에셋캐피탈을 지배하고 미래에셋캐피탈이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생명 등 나머지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2014년과 2015년 연말 평가를 앞두고 국공채를 매수하는 등 부채를 일시적으로 늘려 자산규모를 키우는 방식으로 금융지주회사 강제전환 요건을 벗어나 본업인 여신업보다 그룹의 지배구조 유지에만 신경쓴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지주사 판단기준과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과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각각 공약으로 내걸은 만큼 앞으로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공약과 유사한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특정 기업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가치를 공정가액으로 평가해 자산의 50%를 넘으면 지주회사로 강제전환된다. 현재는 장부가액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래에셋캐피탈의 자산규모는 3월 기준 1조8500억 원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이 보유한 미래에셋대우 지분 18.09%와 미래에셋생명 지분 16.60% 등을 시가 등의 공정가액으로 환산하면 1조3천억 원을 웃돌 것으로 파악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미래에셋캐피탈이 지주사로 전환되면 계열사 지분을 상장사의 경우 30%, 비상장사의 경우 5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대우 지분 18.63%, 미래에셋생명 16.6%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지주사 전환을 피하려면 미래에셋캐피탈의 자산규모를 1조 원 가까이 늘리거나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생명 등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해 계열사 주식가치를 낮춰야 한다.
늘려야 하는 자산규모가 상당한 만큼 기존처럼 부채를 일시적으로 늘리는 방식으로는 지주사 강제전환을 피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계열사 지분을 매각할 경우 주요 계열사인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생명 등을 놓고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도 있다.
◆ 김상조의 칼날 피할 수 있을까
지주사 전환을 피하더라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가 도입되면 박 회장 일가가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펀드수익을 얻거나 사모펀드가 투자한 자산에서 수익을 얻는 사업구조는 규제될 수밖에 없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현주 회장과 부인, 자녀 등 가족이 최대주주인 개인회사다. 박 회장이 49%, 부인이 10%, 자녀들이 30% 지분을 나눠 갖고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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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
미래에셋컨설팅은 미래에셋펀드서비스와 브랜드무브, 와이케이디벨롭먼트 등 비금융계열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데 모두 미래에셋금융그룹과 관련된 사업에서 수익을 얻고 있다. 미래에셋 금융계열사들이 운용하는 사모펀드들이 투자한 호텔과 골프장 등을 관리하거나 광고, 개발 등을 맡는 방식이다.
기존에 ‘일감몰아주기’가 계열사의 일감을 총수일가에 주는 형태라면 미래에셋그룹은 운용하는 펀드에서 파생되는 일감을 박 회장 일가에게 몰아주는 셈이다.
현재 감독체제에서는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고 있지만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가 도입되면 내부거래 규제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이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지배구조에 비판적 시각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박 회장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연말에 부채를 일시적으로 늘리거나 지분 조정을 통해 금융지주사 전환을 피하고 있다고 가장 목소리 높여 비판했던 인물이다.
김 위원장은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미래에셋금융그룹은 금융과 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룹이지만 지배구조는 취약하다”며 “박 회장은 강화된 지배구조부터 갖춰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지금까지 법 테두리 안에서 해왔듯 법과 규제가 바뀐다면 그에 맞춰 대응할 것"이라며 "사업이나 지배구조에 큰 타격은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