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하(64) 현대제철 부회장이 사임 의사를 밝혔다. 현대제철은 박 부회장이 후진양성을 위해 용퇴한다고 밝혔지만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체제 강화를 위해 물러난 것으로 관측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3월 현대제철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면서 현대제철 등기이사로 있는 정의선 부회장에 힘을 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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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 |
박 부회장은 6일 오전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일부 임원들이 모인 가운데 사퇴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박 부회장은 당진 3공장 준공,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 흡수합병, 특수강 공장 완공 등 회사 미래성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며 “후진양성을 위해 용퇴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의 정확한 퇴임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사표는 수리되지 않은 상태다.
현대제철이 현재 동부특수강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고 동부특수강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특수강 하공정 시장 진출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어 이를 마무리 지은 뒤 박 부회장의 사표가 수리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박 부회장의 사의표명은 현대차그룹에 정의선 부회장 체제를 열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몽구 회장의 숙원사업으로 꼽힌 통합사옥 건설을 위해 한전부지 인수에 성공하면서 정 회장의 모든 숙원이 해결된 만큼 정몽구 회장 시절의 가신들이 물러나 정의선 부회장 체제를 여는 데 부담을 줄이려 한다는 것이다.
현대제철의 경우 정몽구 회장이 각별히 애정을 쏟았는데도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등기이사에 물러나 정의선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런 만큼 박 부회장도 한전부지 인수를 계기로 현대제철에서 정의선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금 물러나는 게 적기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박 부회장이 물러날 경우 현대제철은 우유철 사장의 단독 대표체제로 전환된다. 우 사장은 2010년 현대제철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박 부회장과 각자대표이사를 맡아왔다. 현대제철 관계자에 따르면 우 사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부터 내부적으로 박 부회장 사퇴설이 돌았다.
그러나 박 부회장이 용퇴할 경우 단독대표인 우 사장에게 힘이 실리기보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 힘의 균형을 맞출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선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현대제철 대표이사에 취임해 명실상부 후계자로서 경영보폭을 넓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한동안 전문경영인들의 각자 대표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몽구 회장이 등기이사로 물러난 뒤 등기이사에 선임된 강학서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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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
현대제철은 그동안 박 부회장이 경영 전반을, 정 부회장이 품질 및 경영기획 총괄을, 우 사장이 생산 총괄을, 강 사장이 재경 및 구매영업을 맡아 이끌어 왔다.
박 부회장은 2006년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된 뒤 2008년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등 8년 동안 현대제철을 이끌어온 장수 CEO다.
그는 1973년 한양대학교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1975년 현대그룹에 입사했다. 2000년 기아차 자재본부장을 거처 2006년 현대다이모스 사장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의 제철사업 1등공신으로 현대차그룹의 제철사업을 만개시킨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2007년 INI스틸 시절 1기 고로 착공을 시작해 오늘날 ‘쇳물에서부터 완성차까지’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하는 데 앞장섰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