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카드 수수료율 인하’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등 카드회사들이 실적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업계는 부가서비스를 줄이고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카드 수수료율 인하에 대처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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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7일 CBS라디오에서 “카드회사들이 카드수수료를 대형백화점에게는 싸게 받고 매출 2억~3억 원 이하의 자영업자들에게는 높게 받는 것은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며 “카드회사들의 담합으로 만들어진 잘못된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정부가 카드 수수료율 인하에 확고한 의지가 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1일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신용카드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가맹점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연매출이 2억 원 이하인 영세가맹점은 0.8%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데 발표에 따르면 이 기준이 3억 원 이하로 확대된다. 수수료율 1.3%를 적용받는 중소가맹점 기준도 현행 3억 원 이하에서 5억 원 이하로 높아진다.
정부는 이런 내용의 정책을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8월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카드업계는 정부의 재빠른 정책추진에 당혹해하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의하면 3년마다 적격비용을 산출해 수수료율을 인하하는데 이미 2016년 1월 수수료율 인하가 이뤄졌다. 이 때문에 업계는 수수료율 인하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정부가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한 ‘수수료율 적용대상 확대’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면서 카드업계는 사실상 수수료를 인하한 것과 같은 타격을 입게 됐다.
이번 카드수수료율 인하는 과거 어느 때보다 영향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새 기준이 적용되면 영세 가맹점 19만 곳과 중소 가맹점 25만 곳 등 44만 곳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전체 가맹점의 20%에 이른다. 기존에 혜택을 받던 영세·중소가맹점을 합치면 전체 가맹점의 90%를 차지한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5일 “이번 조치로 카드사들은 연간 5500억 원 규모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그러나 가맹점당 신용카드 이용금액 추정치 등을 계산하면 최대 8천억 원에 가까운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는 경쟁회사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카드는 업계1위로 전체 카드사 신용카드 실적의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삼성카드는 점유율이 두 번째로 높다. 게다가 삼성카드는 올해 1분기 가맹점수수료 수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 늘어나는 등 신용카드부문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이 연구원은 “당장 3분기부터 수수료율 인하의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며 “신용카드부분 이익비중이 10% 이내인 은행의 경우 투자의견을 조정할 필요가 없지만 신한카드나 삼성카드는 추정실적을 하향하고 투자의견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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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
카드회사들은 일단 부가서비스를 줄이는 방식으로 수수료율 인하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1월 카드수수료가 인하됐을 때 삼성카드는 카드론의 현금자동입출금기 이용 수수료 면제 혜택을 없앴다. 신한카드는 당시 주유혜택을 주던 RPM카드를 없애고 혜택을 대폭 줄인 RPM+카드로 출시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수료인하가 확정되면 부가서비스나 고객에게 주는 혜택 일부를 축소해서 수익성을 맞출 수밖에 없다”며 “올해도 지난해처럼 카드의 부가서비스를 줄이는 사례가 이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새 수익원 찾기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카드는 디지털전환을 새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3월 LG유플러스, GS칼텍스 등과 함께 자동차를 결제수단으로 만드는 스마트결제 서비스 구축에 나섰고 4월 KT와 디지털신기술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삼성카드는 2015년부터 자동차할부금융시장에 뛰어들어 사업규모를 키우고 있다. 삼성카드의 2016년 자동차할부금융 취급액은 5105억 원으로 2015년보다 43% 증가했다. 올해도 중고차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할부금융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